미국이 왜 한국에 달러 꿔줄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0.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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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 지위 유지 등 외교전략 반영

미국이 왜 한국에 달러 꿔줄까?


미국은 왜 우리나라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기로 했을까?

달러화를 꿔주는 대신 국제적 통용성이 떨어지는 원화를 받아가봐야 미국은 별로 얻을 게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미국이 우리나라를 통화스와프 파트너로 받아들인 배경에는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키고 미 국채 투매를 막으려는 절박함이 숨어있다. 미국의 지정학적 외교 전략도 함께 반영됐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 측이 한국과의 통화스와프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일 정부가 중국, 일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공동으로 금융위기에 대비한 800억달러 규모의 공동기금(펀드) 조성을 서두르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한중일 중심의 아시아 다자간 통화스와프 체제가 구축될 경우 위안화, 엔화의 역내 지위가 강화되면서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 통화인 위안화를 '포스트 달러' 기축통화로 키우는 전략을 펴고 있다. 때문에 한국과의 통화스왑 한도 40억달러 역시 전액 달러화 대신 원화와 위안화끼리 교환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현재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3대 준(準) 기축통화 체제에 위안화까지 가세할 경우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는 더욱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미 재무부의 이 같은 우려를 적극 활용할 것도 한미 통화스와프 성사에 주효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한중일 중심의 통화스와프 체제 구축을 서두를 수 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약 2400억달러(세계 6위)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는 점도 미국에게 부담이 됐다. 우리나라가 달러화 유동성 위기에 빠져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투입할 경우 미 국채 대량매도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의 미 달러화 자산 비중은 64.6%였다. 미 달러화 자산은 대부분 국채 또는 기관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29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기로 의결한 한국, 브라질, 싱가포르가 외환보유액 세계 6∼8위 국가들이라는 점이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외교적 고려도 있었다. 이번에 미국의 통화스와프 대상이 된 한국, 싱가포르, 멕시코, 브라질 가운데 싱가포르, 멕시코는 미국이 우선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던 '경제 혈맹'들이다. 한국과도 FTA 협상을 타결하고 국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이 FTA를 외교적 동맹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통화스와프 대상국 선정에도 '우방' 개념이 적용된 셈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긴밀한 한미공조가 없었다면 성사되기 힘든 것이었다"고 말했다.

'지역별 안배' 논리도 컸다. 그동안 유럽, 일본과만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해온 미국 입장에서는 아시아(일본 제외), 중남미를 배제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번에 아시아에서 한국 싱가포르, 중남미에서 멕시코 브라질을 선정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미국이 오세아니아의 호주, 뉴질랜드와 차례로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신 차관보는 "경제 펀더멘털와 함께 지리적 요인도 함께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며 "G20(선진 7개국+신흥 13개국) 나라 중 지역별 거점이 되는 나라들이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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