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C&그룹,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백진엽 기자, 반준환 기자 2008.10.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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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금융지원 있으면 생존"-은행권 "자구노력 부족"… 워크아웃 기로

반년 이상 지속돼온 묵은 악재인 C&그룹 문제가 갑자기 한국 주식시장의 폭탄이 됐다. 한국 금융시장을 사시로 쳐다보고 있는 외국계 애널리스트들에게 한국을 흔드는 좋은 재료가 될 조짐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C&그룹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시간을 끌어온 것이 결과적으로 은행들과 금융시스템에 치명상을 안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양측은 그동안 해결방안을 놓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왔다. C&그룹은 "채권은행이 갑자기 보수적인 자세로 돌변, 자금 지원을 해주지 않아 어려움을 맞았다"며 "자금 지원만 해주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채권은행은 "C&그룹의 자구 노력이 미흡해 자금을 지원해줄 수 없다"며 '선 자구 후 지원'방안을 고수하면서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방안을 제시해왔다. 이에 C&그룹측은 워크아웃 방안을 거부해왔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 지원을 놓고 벌어진 C&그룹과 은행권의 대립은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룹의 조선사업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계열 조선업체인 C&중공업은 조선소 건설 자금으로 쓰기 위해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 등에 1700억원의 신디케이트론(대주단 대출)을 추가로 요청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불확실한 조선 산업의 업황, 자구책 미이행 등을 이유로 추가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C&중공업 (0원 %)은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1800억원을 대출받으면서 계열사인 진도F&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키로 했으나 이행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C&그룹 관계자는 "C&그룹이 어렵다는 얘기가 돌면서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요구해 매각이 성사되지 않은 것"이라며 "매각 주간사가 우리은행이었던 만큼 책임이 C&그룹에만 있다고만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조선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은행권의 추가 지원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C&그룹측은 금융지원만 있다면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30억달러어치의 선박 수주 잔량이 있고, 시황이 좋았을 때 대부분의 수주가 이뤄져 수주의 수익성도 높다는 설명이다.



C&그룹 관계자는 "환율이 950원에서 1000원대에 수주를 받은 것"이라며 "현재 환율이 1400원대여서 수익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 꼬여갔다. C&그룹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됐고, 조선업황도 급격히 내리막을 걸었다. 급기야 운영자금이 바닥이 나면서 주요 계열사들의 영업이 사실상 중단됐고 지난 8월말 부터는 목포와 거제 지역의 조선소 공사가 중단됐다.

다급해진 C&그룹은 조선 계열사인 신우조선해양을 포함해 전방위적인 계열사 매각에 나섰지만 금융위기가 맞물리면서 이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권은 결국 C&그룹에 워크아웃 신청을 요구했으나 C&그룹은 아직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은행권은 자구 노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지원까지 해준다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은행권은 특히 C&그룹의 자구 의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시장 상황이 어렵다면 낮은 가격에라도 계열사를 팔아서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권은 진도F&, 신우조선해양 등 일부 계열사는 원매자는 있었으나 가격차를 극복하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지적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C&중공업과 신우조선 등 1~2개 계열사만 매각해도 살아날 수 있다"며 "C&그룹이 자기희생 없이 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C&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적어도 유동성 해결에는 도움이 되는 가격에 팔아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C&그룹은 수주 잔량이 30억달러에 달해 위기를 넘길 경우 달러 자금 유입에도 도움이 되고 협력 업체 등 수많은 고용이 문제가 달려 있는 만큼 금융권이 자기 몸만 사리지 않고 지원에 나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C&그룹 관계자는 "C&중공업에 500억원, 우방에 300억원, 기타 300억원 등 총 1100억원 정도의 자금이 지원되면 살아날 수 있다"며 "조선소 건설이 재개되면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도 재개돼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C&그룹의 워크아웃 신청설이 유포되면서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C&중공업 등 C&그룹 계열사들은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고, 주요 은행들의 주가도 급락했다. 은행 등 금융권 전체적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증폭된 탓이다.



하지만 실제로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C&그룹 채권은 우리은행이 2274억원(담보 1635억원), 신한은행 439억원 등 총 6000억원 남짓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C&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은행들의 자산이 부실화되고, 결과적으로 다른 기업에도 불똥이 튄다는 우려가 많으나 기우에 불과하다"며 "기존 대출 역시 담보를 잡았기 때문에 워크아웃에 들어가도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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