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근 금융위기는 전세계 신용위기와 신뢰상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급속하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며 이렇게 말했다.
황 회장은 "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나빠지지 않았는데 환율이 1500원까지 가는 것도 말이 안된다"며 "은행주를 필두로 많은 기업들이 장부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이 '주가 바닥론'을 얘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삼성증권 (46,650원 ▼850 -1.79%) 사장 시절이었던 2004년 4월에도 '주가 바닥'을 정확히 예측해 화제가 됐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500 부근에서 움직였지만, 황 회장은 "지금이 주식 매수 타이밍이고, 직접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리며 2007년 2000선까지 뛰어올랐다.
황 회장은 또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면 환율이 1400~1500원까지 갈 이유도, 금리가 올라갈 이유도 없다"며 "정부가 과감한 외화 유동성 조치를 취한다면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가 빨리 회복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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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나마 자신없는 부분이 부동산인데 이는 정부에서 얼마나 과감한 정책을 쓰느냐에 달려 있다"며 "정부의 정책이 시행되고 효과를 발휘하면 금융시장은 급속하게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KB금융지주의 모델로 ‘모죽(毛竹)론’을 설파했다. 대나무의 일종인 ‘모죽’은 씨를 뿌린 지 5년 동안 싹을 틔우지 않지만 죽순이 나오기 시작하면 하루에 최대 70~80㎝씩 자라 1년 만에 거대한 나무가 된다.
황 회장은 "큰 변화는 내일 당장 일어나는 게 아니라 지금부터 뿌리를 내리면 몇 년 후에 모종처럼 불쑥 나타난다"며 "KB금융지주는 모죽처럼 크게 자랄 수 있도록 그 토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 상황이 바뀌었어도 기본적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서 금융시장 전체가 재편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단 상황이 어려우니까 시장에 불안을 준다든지, M&A를 통해 달러 빚을 지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