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 이겨낸 '상생의 지혜' 되살릴 때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10.2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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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함께 쓰는 우산' (1)기업을 살려야 은행도 산다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문제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국내 금융시장을 덮치고 있다.

돈줄이 마른 은행들은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제코가 석자인 탓에 중소기업대출을 옥죄는 등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경기둔화가 가속화되면서 자금난에 봉착한 중소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은행-중소기업간 '상생'을 모색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은행과 중소기업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공멸'할 수밖에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실제 키코 거래로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을 때마다 거래은행들도 함께 '휘청'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1997년 겪은 외환위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위기 극복을 위해 금융기관과 기업, 그리고 정부는 상호 신뢰 속에 손을 맞잡고 위기를 극복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최근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지원, 기업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자구노력 속에 우량기업으로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2001년 유동성 위기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2005년 7월 채권단 공동관리를 졸업했다.



은행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지만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쉽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줄 수도 없는 처지다. 당장은 어렵지만 기술을 가진 기업은 부채의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직접 출자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체질을 강화해줘야 한다. 그러자면 은행 자체적으로 우량 중소기업을 선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기업들 역시 냉철히 현실을 직시하고, 이번 금융위기를 그동안 방만했던 기업경영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비용절감은 물론 무리한 투자를 자제하고 건전성을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며 "은행 역시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우량기업들은 살려내고, 생존 가망성이 없는 기업들은 이번 기회에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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