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가능한 세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10.2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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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 2008 금융대상 축사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보면 기본적으로 우리 금융시장이 이렇게 까지 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 문제의 본질은 외부에서 오는 파도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 심리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1997년의 외환위기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외채, 외환보유고가 제대로 맞느냐에 집중했습니다. 어떤 면에선 대처하기가 편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선진국에서 위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실물에 대한 침체가 오래갈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우리를 보는 시각도 단순한 외환보유고를 넘어서서 경제전반에 대한 펀더멘털까지 보게 됐습니다. "외채가 없는 것은 알겠는데, 전 세계가 불황에 빠져 한국의 수출이 안되면 불경기가 되고, 외화 유동성이 안되면 금리가 오르고, 은행들이 팽창시킨 가계대출·부동산이 부실화되면 결국 은행이 부실화되고, 외환위기를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폅니다. 우리 경제가 튼튼하다는 얘기를 믿지 않고 이같은 논리를 전제로 하면 아니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사태를 낙관하고 있는 세 가지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경상수지 흑자..수출도 큰 문제 없어"



첫째로 내년에 경상수지 흑자를 보여주면 두 가지를 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단 신뢰가 올라가고 흑자가 되면서 실물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작년에 유가로 800억불을 수입했는데 올해 기름 값이 30% 가량 떨어졌습니다. 금액으로 치면 내년에 240억불 정도가 절약된다는 얘깁니다. 올해 경상수지 적자보다 2배가 되는 돈을 유가로 막을 수 있고, 환율과 수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미국 의존도가 높은데 수출이 늘겠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미국에 수출하는 포션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10% 입니다. 중국은 25% 정도 됩니다. 지난 5년간 수출이 변해서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에 침투가 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수출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된 나라가 없습니다. 중국이 내년에 어려워져 7% 성장을 해도 25% 입니다. 수출이 마이너스로 절대 가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 자산건전성 굉장히 좋다"


둘째로 어제 정책금리 인하와 은행채를 RP로 매입하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러니까 우리나라 은행들 빛이 얼마나 어려우면 사줘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은행을 어떻게 경영했길래 그러느냐" 하는데 은행이 어려워서 하는 게 아닙니다. 외국의 시각이 있어서 그런 겁니다. 국민경기도 이자율 낮추는 수준으로 갑니다. 은행은 은행채 발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예금을 고금리로 끌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면 금리가 올라가고 2금융권도 어려워지고 가계도 어려워집니다. 다른 나라도 이런 정책을 하니까 선순환 구조를 갖자는 게 저희 의도입니다.

지금 우리의 자산 건전성을 보면 아직 다른 어떤 나라보도 굉장히 좋습니다. 부동산의 경우 지금 문제가 되는 나라들은 부동산 가격이 2~3배 올랐습니다. 우리는 같은 기간 67% 올랐습니다. 가격이 많이 오른 서울지역 아파트가 문제입니다. 떨어지더라도 완충(버퍼)할 여지가 있어 위험을 버틸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필요 이상으로 나쁘게 얘기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것들을 100번 얘기해도, 외국인들 시각이 왜 이렇게 변했느냐는 겁니다. 외국의 미디어 잘못됐다고 얘기하지만, 그냥 움직이는 게 아니고 투자자들이 그런 시각을 갖고 있는 거라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보게 되는 많은 자료나 논의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료들이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필요 이상으로 나쁘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500개 기업이 키코(KIKO) 거래에 관여했고 70개 정도가 과도하게 헤지를 했습니다. 그 중 몇 개가 부도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금융시장을 붕괴시키고 은행 건전성을 훼손할 소재냐는 겁니다. 해외에 나가보니 "너희가 기사 쓴 것을 보니 이렇던데 진짜 어떠냐고" 물어봅니다. 우리가 보도하더라도, 은행이 위험해서 그런 게 아니고 시장금리를 낮추고, 은행 보증도 위험해서가 아니라 문제가 일으킨 다른 나라 은행들 보증하니까 우리 은행도 밖에 나가 역차별 받지 않게 하려고 한 겁니다.

부탁드리는 것은, 같은 위험을 겪고 있는 것을 인정합니다만 누가 오래 버티느냐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겁니다. 피상적 논리로 방어하기가 어렵습니다. 미국은 문제가 있어도 달러를 갖고 있으니까 거기로 달러가 모입니다. 유로화나 엔화도 들어옵니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가 아니면서 무역이 많아서 위험의 개연성이 많습니다. 수출도 잘할 수 있고 건전성도 괜찮습니다.

중소기업 문제나 가계부채 문제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닙니다. 1997년에는 우리 내부의 문제를 치료하는 게 정책의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내부의 문제는 오히려 적은데 지난번 아픈 경험 때문에 우리를 믿지 않는 게 많습니다. 국내 언론은 물론 정부, 시장에 계신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외국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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