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항암제 임상 최고권위 박근칠 교수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8.10.2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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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을 만드는 의사들]⑤박근칠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 박근칠 교수는 25개 폐암관련 표적항암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지휘하고 있다.↑ 박근칠 교수는 25개 폐암관련 표적항암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지휘하고 있다.


박근칠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53·사진)는 30개에 달하는 암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을 지휘하고 있다. 이중 25개가 표적치료제다. 박 교수가 표적항암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표적항암제가 수술, 방사선, 화합물 약물 등 기존 치료제 이외의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기존의 치료방법으로 암을 고치지 못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표적항암제에 대한 임상시험의 의미는 크다”고 말했다. 그가 표적항암제에 집중하게 된 것은 지난 2001년 아스트라제네카의 표적항암제 ‘이레사’의 임상에서 효능을 경험하고부터다. 기존 항암치료에 실패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이레사는 효과를 나타냈다.



표적치료제 임상시험의 관건은 효능을 어떻게 검증하고, 이를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기존 항암치료는 암세포 직접 공격해 암세포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임상시험의 주요 목표였다”며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의 원인을 공격해 암을 치료하는 만큼 임상시험의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표적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처럼 암덩어리의 크기는 줄지 않더라도 암의 원인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한다. 설령 암덩어리가 커지더라도 표적항암제를 통해 궁극적으로 암의 원인이 제거됐다는 것을 임상시험을 통해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때문에 표적항암제는 임상시험의 과정을 미리 예측해보는 임상디자인(설계)부터 달라야 한다. 그는 “표적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지역 그리고 인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며 “각각 조건에 맞게 임상시험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박 교수는 “최선의 항암치료는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임상시험 옹호론자다. ↑ 박 교수는 “최선의 항암치료는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임상시험 옹호론자다.
실제로 박 교수는 표적항암제 이레사가 동양인(한국인)에게 2배가량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05년 11월 ‘미-유럽 연합 종양학회’에서 처음으로 발표, 세계 종양학계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같은 경력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들이 동양인을 상대로 표적항암제의 임상시험을 하고자 할 때 대부분 박 교수의 자문을 거친다. 박 교수는 “임상적 유전학적인 지식과 표적항암제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만 초기 임상단계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며 "최근 세계적인 제약사의 연구총책임자가 방한해 표적항암제의 임상설계에 대해 자문을 받아갔다"고 말했다.

표적항암제가 기존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도 그가 주로 하는 일이다. 이는 암치료가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과 맞닿아 있다. 박 교수는 “항암치료를 하고도 환자들이 각종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것을 보면 왜 항암치료를 하는지 회의가 들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표적항암제에 대한 임상시험의 기준을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세우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중이다. 박 교수는 "새로운 표적항암제가 밀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테스트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그래야 환자도 고치고 우리도 표적항암제를 만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선의 항암치료는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임상시험 옹호론자다. 임상시험은 환자에게는 새로운 치료 기회를 주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의약품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다. 그는 “임상시험은 과학적인 테스트를 거친 약물을 윤리적인 기준에 맞춰 실시한다”며 “사람을 상대로 검증도 안 된 약물을 실험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 박 교수는 “임상시험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임상시험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은 차세대 유망산업인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필수적 인프라다. 하지만 우리 임상시험 분야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본과는 이미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호주와 대만은 정부의 지원을 업고 질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보다 뒤처졌던 중국은 무수한 피임상시험자를 무기로 임상시험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자칫 이들 나라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의학기술과 임상시험 방법론 등 임상에 대한 인프라는 갖춘 만큼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질이 높은 임상시험을 보여주는 것 뿐”이라며 “임상시험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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