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물가 포기… 전시체제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0.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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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사실상의 '물가관리 포기' 선언에 다름없다. 정부 역시 물가상승을 감수하고 추가적인 재정지출 확대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세계적 대공황에 국가부도 우려까지 불거지는 '위기 상황'을 맞아 물가안정까지 추구하다간 자칫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혈압(물가)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출혈(경기침체)부터 막아야 한다"(4월23일 전광우 금융위원장)는 논리가 반영된 셈이다.



한은은 이날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5.00%에서 4.25%로 0.7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0.25~0.50%포인트를 크게 웃도는 인하폭이다.

지난 9일 기준금리를 5.25%에서 5.0%로 0.25% 내린데 이어 18일 만에 다시 추가로 0.75%포인트 인하함에 따라 3주가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기준금리는 1%포인트나 떨어졌다. 시차는 있겠지만 금리인하에 따른 추가적인 물가상승은 불가피하다.



재정정책도 물가를 희생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재정지출 규모를 당초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의 273조8000억원에서 약 280조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현 예산안 기준 1%에서 최대 2%까지 높아질 수 있다.

수입물가에 직결되는 원/달러 환율 역시 하향안정을 위한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50% 가까이 뛰었다.

물가를 좌우하는 정책변수인 금리, 재정, 환율 3가지가 모두 물가상승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한편 정부는 오는 11월1일부터 산업용 전기료를 7%인상하는 등 산업·가정용 전기료를 평균 5%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방자치단체 별로는 택시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다. 서울·인천·대구·광주 지역 택시업계는 30%가 넘는 요금 인상 요구안을 시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비상 국면에서는 물가를 논할 여유가 없다"며 "경기가 워낙 안 좋은데다 국제유가도 떨어졌다는 점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그렇게 클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 전직 관료는 "전시 상황에서는 안타깝지만 경기, 물가, 외환보유액 등을 놓고 차례로 하나씩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며 "3가지 다 지켜려다간 모든 것을 잃는 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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