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대우조선 M&A의 조력자들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8.10.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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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한화 (29,650원 ▲250 +0.85%)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과정이 드라마틱했던 만큼 이런저런 뒷얘기들도 많다.

그중 '본의 아니게' 한화를 도운 조력자들에 대한 얘기도 그럴 듯하다. 일등 공신은 단연 GS (44,800원 ▲400 +0.90%)그룹이다. 유력 후보 중 하나였다가 본입찰 직전 포기하면서 한화의 인수 전선에 날개를 달아줬다.



자신은 물론 함께 컨소시엄을 이뤘던 다른 유력 후보인 포스코 (375,000원 ▼500 -0.13%)까지 입찰 자격 문제로 경쟁에서 끌어내리는 빌미를 제공했다. GS의 '활약'으로 인수전은 포스코-GS 컨소시엄 1강, 한화 1중, 현대중공업 1약의 3파전에서 한화 1강, 현대중공업 1약의 2파전으로 급변했다. 한화는 예상대로 현대중공업을 누르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GS와 포스코가 결별하게 된 원인이 된 가격 협상에서 포스코가 파국을 막기 위해 GS가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였더라도 한화를 돕는 결과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와 GS가 제시한 가격차는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고 더 높은 가격을 주장했던 포스코가 7조원을 넘는 가격을 썼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결국 GS가 주장했던 가격은 한화가 써낸 것으로 관측되는 6조5000억원 안팎 보다 1조원 가까이 낮은 금액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GS가 이래저래 '악연'이었고, 한화에는 더할 나위 없는 '원군'이었던 셈이다.

또 다른 공신으로는 현대중공업이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인수의지가 없다고 선을 긋다가 예비입찰 직전 인수전에 참여해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실제 인수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계속 의문이 제기됐다. 인수전 과정도 너무 조용하게 진행한 나머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가 포스코-GS 컨소시엄이 탈락하면서 적지 않은 공헌을 하게 된다.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이 없었다면 인수 후보는 한화 1곳만 남게 되고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은 '유찰'을 심각히 고민해야 할 상황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포스코를 탈락시키는데 더 주저했을 수도 있다.


한화 입장에서 현대중공업은 위협적인 경쟁자가 아니면서도 경쟁 구도를 끝까지 유지시켜 준 고마운 존재인 셈이다.

국민연금도 결과적으로 한화의 인수에 도움을 주게 됐다. 국민연금은 한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투자 방침을 밝혀 이번 인수전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금융환경 변화, 지나친 관심에 대한 부담 등으로 본입찰 전 참여를 포기하고 말았다.



국민연금이 한화를 선택했다면 더 확실한 도움이 됐겠지만 한화보다는 포스코나 GS 등 다른 후보로 갈 가능성이 더 컸다는 게 당시의 관측이었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우선협상자 선정 후 투자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6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한화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화는 우선협상자 선정 후 즉각 국민연금과 접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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