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화끈한’ 시작부터 '성공'까지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08.10.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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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대우조선 우선협상자 선정 스토리

"글로벌 시대에는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본능을 배워야 한다."(2006년 창립기념사)

이후 2007년 1월 김승연 회장은 태국 방콕으로 계열사 핵심임원을 소집했다. '철새 본능'을 외쳤던 김 회장은 내수 중심 사업을 바꾸고자 15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가졌다.
한화, ‘화끈한’ 시작부터 '성공'까지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글로벌 한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것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준비의 첫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곧바로 한화 (29,650원 ▲250 +0.85%)는 그룹 경영기획실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계열사별로 사업성 검토와 그룹 내 시너지 효과까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룹 차원에서는 대우조선을 비롯해 하이닉스, 대우인터내셔널 등을 대상에 올리고 철저한 ‘스터디’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우조선이 최종 인수 타깃으로 선정됐다.

목표가 정해지고 나서 한화의 움직임은 '민첩하다' 못해 '초스피드'였다. 김 회장은 곧바로 지난 4월 그룹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한화 재도약의 마지막 기회로 알고 반드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겠다"며 인수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공식 인수 선언한 뒤 6월 중순에는 설악 한화리조트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 인수 후 육성 플랜을 전격 공개했다.

한화는 이 자리에서 △적극적인 시설 투자 및 신규사업 진출 시도 △금융 부문을 통한 리스크 관리 강화 △그리스·중동·독일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주역량 강화 △400조원 규모의 캐나다 오일샌드 개발 등 자원개발 역량 강화 △방위 사업 경험을 통한 방산 역량 강화 등 구체적인 육성전략도 제시했다.

하지만 인수전에 당당하게 나섰던 한화에겐 지난 몇 개월은 ‘온탕과 냉탕의 연속’이었다.


처음 인수전엔 한화를 비롯해 포스코 (375,000원 ▼500 -0.13%), GS (44,800원 ▲400 +0.90%), 두산 (164,900원 ▲1,600 +0.98%),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참여한 것. 한화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대들이었다.

그 순간 낭보가 날아들었다. 지난 2년여 동안 법적 공방을 펼쳤던 한화그룹과 예금보험공사와의 대한생명 관련 소송이 마침내 한화그룹의 승소로 종결됐다. 다른 후보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화에겐 큰 호재였다.



뒤이어 두산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유로 대우조선 인수를 전격적으로 포기했다. 한화는 큰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한숨도 잠시. 본 입찰을 불과 나흘 앞둔 시점에 발표된 포스코와 GS가 '공동인수'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동 컨소시엄 참여가 발표되자,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은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화는 "공동 컨소시엄이 절차상의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불안감을 표시했다.



'불안감'은 본 입찰이 마감되자마자 '환호'로 변했다. GS가 포스코와의 가격 차이를 이유로 본입찰 당일 불참을 돌연 선언했고, 며칠 뒤 포스코도 산업은행으로부터 입찰 자격을 박탈당했다.

강력한 후보인 포스코와 GS의 동반 탈락으로 한화그룹은 단번에 유력한 인수후보로 급부상했다. 이후 우선 협상자 발표 때까지 한화는 표정관리 속에 최종 발표만을 기다렸다.

결국 2년여 동안 공들여왔던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를 성공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GS 컨소시엄' 발표 후 기자들에게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을 성사키는 것은 하늘”이라고 말했다. 하늘은 결국 한화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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