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해진 엔高, 强달러…역시 안전자산?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10.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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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유로 6년래 최저…캐리트레이드 청산+유럽 경제 상대적 약세 반영

엔고(高)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엔화 가치는 23일 유로 대비로 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로는 지난 3월 18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화가 떠오르고 있는 점은 글로벌 증시 붕괴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전자산으로의 엔화 입지 강화도 엔 강세를 유발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며 달러도 유로대비 2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유로존은 상대적으로 경기침체가 미국, 일본 보다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로 그 통화인 유로화마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금껏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었던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은 달러, 엔 대비 유로화의 약세를 더욱 극명하게 이끌어내고 있다.

ECB는 지난 8일 금리공조를 통해 기준금리를 4.25%에서 3.75%로 낮췄다. 그러나 미국의 1.5%, 일본의 0.5%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금리격차는 ECB의 추가 금리인하를 이끌 것이고 이는 달러, 엔에 대해 유로화 약세를 유발하게 된다.



23일 오후 1시 6분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유로 환율은 전날 뉴욕 외환시장 종가인 125.60보다 하락한 123.73엔에서 거래되고 있다. 엔/유로 환율은 장중 한때 123.43엔까지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 역시 전날 97.66엔에서 96.88엔으로 하락하면서 지난 3월 17일 장중 95.78엔으로 하락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시에떼제네랄의 사이토 유지 외환거래책임자는 "유럽의 경기침체는 추가 금리인하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을 대거 청산하고 있다. 이러한 매수세가 단기에 집중되며 엔화의 이상 강세를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증시의 폭락세도 엔화 강세를 야기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엔화 자산을 보유하기 위해서다. 오카산 증권의 소마 츠토무 채권 및 외환 딜러는 "주식 시장 폭락이 엔화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특히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경제 전망도 유로화나 영국 파운드에 비해 엔화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일 폭락하는 일본 증시의 주요인은 엔고로 인한 수출 위축 우려이다.


달러도 유로대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 종가인 1.2855달러에서 하락한 1.2744달러를 기록 중이다. 달러/유로 환율은 장중 한때 1.2728달러까지 하락하며 2년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막대한 미국 재정적자 때문에 달러화가 결국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닥터 둠' 마크 파버는 "미국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돈을 찍어내는 수밖에 없으며, 이는 초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달러 가치 폭락을 이끌어내 결국 미국을 파산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버는 달러가 향후 3~6개월동안 강세를 나타낼 지도 모르지만 이후 장기간의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이후 주요국 통화로 구성된 바스켓에 대해 8.1% 급등했다. 금융위기로 시장이 불안해 짐에 따라 미국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간 달러화의 강세는 막대한 미국의 재정적자 때문에 결국 반전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의 지난해 회계연도(2007년 10월~2008년 9월)의 재정적자는 사상최고인 4550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급증하는 재정지출 때문에 이마저도 모자라 2조달러 규모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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