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추억을 되돌려주고 싶어요"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2008.11.0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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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기획]추억을 파는 사람/김은주 허리우드클래식 대표

"영화를 통해 추억을 되돌려주고 싶어요"


“기억에 남는 영화를 추억과 함께 다시 드리는거죠. 눈과 귀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즐거운 영화가 될 것입니다.”

허리우드클래식과 드림시네마(옛 화양극장)를 이끌고 있는 김은주 대표는 추억의 명화를 상영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 첫 대면은 다소 의외였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쯤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었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허리우드극장과 드림시네마를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는 곳으로 만들었을까. 이 질문에 김 대표는 “왜 노인들이 종로에 모일까요?”라는 질문부터 던졌다.

“지금의 노인들은 20~30년 전 활동이 가장 많았던 사람들입니다. 그 시절의 유일한 문화활동은 영화였지요. 그리고 그것을 즐길 수 있던 곳이 종로였습니다. 지금은 어디서든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지만 노인들에게는 ‘종로’가 바로 여가의 장소라고 머리에 박혀있는 것입니다.”



◆가장 '허리우드다운' 추억의 영화

“개인적으로 ‘~답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허리우드극장은 오랜 역사 속에서 문화의 공감대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그리고 종로의 많은 영화관들이 모두 멀티플렉스로 변했지만, 허리우드만은 옛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허리우드다운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다가 종로의 주인이었던 노인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자는 결론을 내린거죠. 드림시네마 역시 5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는 유일한 영화관이기 때문에 ‘드림시네마답게’ 만들기 위해 추억을 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드림시네마의 추억의 영화 첫편은 <더티댄싱>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드림시네마의 마지막 영화가 될 뻔 했다. 김 대표가 드림시네마를 인수한 직후 극장이 곧 철거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부랴부랴 <더티댄싱>을 내 건 것. 이 영화를 보겠다고 부산에서 올라 온 관객도 있었다고 김 대표는 전한다.


다행히 지난 3월에 철거하기로 했던 극장은 구청의 허가문제가 걸려 일정이 연기됐다. 현재 드림시네마에서는 <미션>과 <영웅본색>을 교대로 상영하고 있다.

<더티댄싱>은 김 대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여서 처음으로 내걸었고, <미션>과 <영웅본색>은 관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추천을 가장 많이 받아 개봉을 결정했다. 11월에는 <영웅본색2>를 개봉하고, 내년에는 역시 주윤발 주연의 <첩혈쌍웅>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 영화로는 <고교얄개>, <씨받이>, <자유부인> 등이 이곳에 걸렸었다.
"영화를 통해 추억을 되돌려주고 싶어요"
김 대표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와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얘기와 첫 개봉 당시의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서 ‘내가 추억을 파는구나’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며 “최근에는 자녀와 함께 극장을 찾는 아빠들도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과연 추억의 영화 상영만으로 수익이 날 지 궁금하다.

김 대표는 “수익은 안되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시작했고,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먼저 시작한 것”이라며 “노인들의 문화생활을 위해 기업들의 후원이 간절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곳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는데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지금은 더 오래 이 일을 하고 싶어서 적극 응하고 있다”며 “인터뷰를 통해 이런 곳이 있다고 알려지면 후원하는 곳이 좀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엿다.



추억을 찾기 위해 허리우드와 드림씨네마를 찾지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영화 간판도 더 비싼 비용을 들여 직접 그려 내걸고 있지만, 영화표에서는 추억을 찾기 어렵다. 영화제목, 일자 등을 도장으로 찍은 ‘추억의 영화표’가 아니라 전산화 된 일반 입장권이 사용된다.

김 대표는 “전산화를 하지 않으면 상당한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옛날 영화표를 사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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