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유관기관, "연봉동결 동참해야 하나"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08.10.2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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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연봉삭감·동결 계획에 거래소 등 '전전긍긍'

시중 은행장들이 정부의 대규모 재정적 지원에 책임을 지고 연봉 삭감 등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원 등 증권유관기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증시 침체와 어려운 경제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고임금으로 안팎의 시선이 곱지 못한 이들 기관들에 화살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국내 19개 은행의 수장들은 정부의 지급보증과 유동성 지원에 대한 자구책으로 연봉 삭감, 영업비용 절감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내놓았다. 국민, 우리, 하나, 기업은행 등은 임원 연봉을 5~15% 삭감하기로 했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내년 임금 계획은 연말에 확정되고, 아직 임원들의 연봉 동결이나 삭감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임금을 포함한 내년도 경영 계획에 안팎의 경제 상황이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임금체계는 호봉제이지만 부서장급 이상 임원들은 성과급 중심의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외환위기 때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원들의 임금이 동결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 경우도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올 들어 증권유관기관들의 임금이 높다는 비난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거래소와 거래소의 자회사인 예탁원은 임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 안팎에 달해 '신이 감춰둔 직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예탁원의 억대 연봉자가 지난해 121명으로 2002년에 비해 764%나 폭증, 정규직 직원의 28.3%에 이르렀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현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다, 증시 침체가 길어지면서 거래소의 주주인 증권사들이 지점 축소,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도 압박 요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크다.

은행 임원들의 연봉 삭감은 정부 자금을 지원 받을 정도의 경영 실책에 따른 책임 차원에서 당연한 수순이지만 증권 유관기관은 경우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세계 유수의 거래소들과 국가간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국내 은행이나 다른 기관들과 비교해서는 안된다"며 "잘못된 경영에 대해서는 온당히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정치 논리에 이끌린다면 어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자본주의의 중심에 있는 기관들이 경영에 대한 책임 때문이 아닌 오로지 '정서법'상 연봉을 조정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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