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닫힌 지갑 여는 마케팅 '5計'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08.10.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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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 소비자 인식 조사.. 원초적·자기위안형 소비는 늘어

'공짜', '1+1' 마케팅도 안 통하는 불황기. 닫힌 지갑을 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기획은 불경기에 오히려 소비가 느는 분야도 있다고 지적한다.

제일기획 (18,580원 ▲70 +0.38%)(대표 김낙회)은 19일 불황기 소비자의 심리적 불안감이 특정 소비 패턴으로 이어지는 것을 역이용하는 불황 마케팅 전략, 이른바 '불황 5계'를 발표했다.



제일기획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20~49세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에는 단순하고 감각적인 것에 끌린다'는 소비자가 응답자의 74%를 차지했다. '오락,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더 많이 본다'는 소비자도 62%에 달했다.

▲가수 이효리가 등장한 '처음처럼' TV광고▲가수 이효리가 등장한 '처음처럼' TV광고


불황에 미니스커트와 원색 패션이 유행하거나 가수 이효리의 섹시 코드가 신드롬을 일으키는 현상은 이를 뒷받침해준다는 설명이다. 이효리로 모델을 바꾼 후 '처음처럼'의 시장점유율은 2005년 7%에서 올해 7월에는 24%로 뛰어올랐다.



마음 놓고 돈을 쓰지 못하는 데 대한 보상심리로 특정 소비 영역을 늘리는 '자기 위안형' 소비도 늘어난다. 고가의 아이스크림, 초콜릿, 주류, 담배와 중저가의 의류, 화장품, 액세서리, 근교 여행 등의 소비가 활성화 되는 것이 대표적. 이번 조사에서도 '불황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소비를 많이 하게 된다'는 응답자가 79%를 차지했다.

배스킨라빈스는 올해 기존 매장보다 4배 이상 늘린 좌석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단장한 카페형 매장을 14개로 늘렸다. 아이스크림 쌈, 애프터눈 티 세트, 와플&아이스크림 등의 메뉴는 무려 1만2000 ~1만5000원. 하지만 이 덕에 매출은 전년 상반기 대비 30% 이상 늘었다.
▲베스킨라빈스 카페형 매장과 주요 메뉴▲베스킨라빈스 카페형 매장과 주요 메뉴
가족 부양의 의무가 없고 유행에 민감한 20대는 상대적으로 불황의 영향을 덜 받는다. 유행, 외모, 스타일에 더 민감해 트렌드를 소비하는 경향이 짙다.

이번 제일기획의 조사에서도 '불황에도 내 스타일은 포기할 수 없다'라는 문항에 20대는 과반수 이상인 6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경제가 어려워도 외모와 옷차림에 신경 쓴다'는 답은 58%에 달했다.


지난 3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햅틱폰은 70만원대의 고가 상품이지만 8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이 50만대를 넘었고 8월 한 달간만 10만대가 팔렸다. 국내 맥주보다 2배 가량 비싼 수입 맥주도 8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51.4%나 증가했다.

가족을 위한 소비도 쉽게 줄지 않는다. 가족은 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보류이고, 불안감에 대한 방어벽이라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가족을 위한 소비는 포기할 수 없다'는 대답이 75%, '나 개인을 위한 소비에는 부담을 느낀다'라고 응답한 응답자는 86%에 달했다. '육아 및 자녀 교육비는 유지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80%를 넘었다.



불황에는 특정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안감이 적은 '위험 회피형' 구매 성향이 짙어지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제일기획의 설문 응답자 중 56%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신뢰가 가는 브랜드를 선택하겠다'고 밝힌 반면, '신뢰가 덜 가더라도 가격이 싼 브랜드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자는 44%에 그쳤다.

이형도 제일기획 마케팅전략본부 AP팀 차장은 "기존에 구축해 온 기본적인 브랜드 정체성 속에 '불황5계(計)' 전략을 잘 녹이면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장기적으로도 바람직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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