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전 우리보다 잘 살았던 필리핀?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10.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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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진흥원 '대한민국을 즐겨라' 발간

-1948~2008년 시내버스·지하철요금 20만배 상승
-1949년이후 국토면적, 여의도 725배 확장
-골드미스 전성시대·노령화 시대의 그늘

"46년전엔 필리핀이 우리나라보다 잘 살았다", "지난 60년동안 시내버스비가 20만배 올랐다."



통계로 알아본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변화된 모습이다.

한국통계진흥원은 정부수립 60년을 기념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즐겨라'를 발간했다고 19일 밝혔다.



'대한민국을 즐겨라'는 정부수립 후 우리 역사를 100대 주제로 나눠 통계수치와 재밌는 에피소드로 엮은 책이다.

◇한국과 필리핀, 엇갈린 운명=1960년대까지만 해도 필리핀은 아시아의 선진국이었다. 1960년 필리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254달러였다. 우리나라(79달러)의 3배가 넘었고 대만(153달러), 태국(97달러)보다 잘 살았다.

하지만 한국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새마을 운동 등으로 최빈국에서 벗어나고 있을 때 필리핀은 농업국의 한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77년 1000달러, 1989년 5000달러를 넘어 1995년 1만달러대로 올라섰고 2007년에는 2만달러를 넘었다.


반면 필리핀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70년 192달러에 불과했고 1995년에 가서야 1000달러를 겨우 넘었다. 2006년엔 1484달러에 그쳤다. 46년전 한국의 3배였던 국민소득이 이제 1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계진흥원은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지도자와 국민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만배가 넘게 오른 시내버스비=1948년 달걀 5개와 200그램(g) 쇠고기 1인분과 같았다. 달걀 1개로 전차 5번을 타고도 남았다.

1945년 해방 이후 정부수립때까지 3년간 소비자물가는 814% 올랐다. 6·25 전쟁이 한창인 1951년 한해에는 물가가 390% 뛰었다. 1970년대 이후 10%대를 유지하던 물가상승률은 오일쇼크 때 25% 안팎을 보였다. 1981년 21.4% 이후 우리나라에서 두자릿수 물가상승률은 사라졌고 2000년대엔 2%대로 떨어졌다.

1948~2008년 사이 소비자물가지수는 1만710배가 뛰었다. 1948년 1만원의 가치가 지금은 1억원이 넘는다는 말이다. 쇠고기·쌀·콩은 소비자물가지수 오름폭과 비슷했다. 반면 시내버스와 지하철요금은 20만배가 넘게 올랐다.



통계진흥원은 "한 푼 두 푼 아껴 돈을 모아도 물가를 따라가기 힘들었다"며 "인플레이션의 최대 피해자는 늘 서민이었다"고 밝혔다.

◇여의도 725배 국토를 만들다=1949년 9만3634제곱킬로미터(㎢)였던 국토면적은 2007년 9만9720㎢로 불어났다. 여의도 725개가 새로 생긴 셈이다. 대부분 간척 사업의 결과다.

간척사업의 결정판은 여의도의 50배에 육박하는 새만금 간척이다. 새만금이 완공되면 전 국민이 약 6제곱미터(㎡)의 땅과 약 3㎡의 호수를 갖게 된다. 방조제 길이는 33킬로미터(㎞), 여의도 63빌딩 132개를 이어놓은 길이다.



◇골드미스 전성시대=1990년의 여성의 초혼 연령은 24.8세였으나 2007년 28.1세로 높아졌다. 초혼 부부 중 여성이 나이 많은 경우는 13%로 1990년(8.8%)보다 높아졌고 동갑의 경우도 15.6%로 1990년(9.1%)보다 늘었다.

'재혼녀-총각' 커플도 부쩍 늘었다. 1970년 '재혼 남성-초혼 여성'의 결혼 건수는 5970건으로 '재혼 여성-초혼 남성'의 결혼 건수(1326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2007년 '재혼 여성-초혼 남성' 결혼 건수가 1만9645건으로 '재혼 남성-초혼 여성' 결혼 건수(1만4982건)을 앞질렀다.

1960~1970년대에는 상상도 못한 일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인기드라마에서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주를 이룰 정도로 '골드미스'들이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통계진흥원은 "1960년대 여성들이 혼기를 넘기면 홀아비 재취자리를 알아봤지만 이젠 남녀간 입장이 뒤바뀌었다"고 밝혔다.

◇고령화 시대의 그늘=1985년 60세 이상 독거노인은 17만2000명으로 전체 가구의 1.8%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5년마다 1%포인트씩 늘더니 2005년엔 6.2%로 높아졌다.

노인 혼자 살다보니 가난과 질병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생활고에 찌든 노인은 '자살'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은 1996년 28.6명에서 2006년 72.1명으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노인 복지 예산이 빠르게 늘었다. 보건복지사회부 예산에서 노인 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3년 0.5%에 불과했으나 2007년에는 4.9%로 늘어났다. 노인 복지 시설은 2000년 247개에서 2006년 1166개로 6년만에 5배가 됐다.

통계진흥원은 "2040년에는 국민 3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 된다"며 "더 이상은 성장 때문에 노인 복지를 외면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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