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펀드 투자는 계속돼야한다

박영암 시장총괄데스크 2008.10.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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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와치]마켓타이밍 보다는 적립식투자가 변동성장세 대안

적립식펀드 투자는 계속돼야한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1376까지 급락한 지난달 30일. 1400이 뚫리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아 거래 증권사에 전화를 걸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놈을 위해 2006년부터 적립해온 어린이펀드를 매수하기 위해서였다. 계좌에 남아있던 30만원으로 추가매수를 요청했다.

어린이펀드 가입당시 분산투자효과를 높이기 위해 매월 25일과 27일 두차례에 걸쳐 20만원과 30만원씩 이체되도록 했다. 전자는 자동매수, 후자는 영업직원을 통해 주문을 내 왔다.



27일이후 30만원을 계좌에 남겨 둔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증시가 1400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보고 저가매수 기회를 엿보기 위해서였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9월30일 미국시장 영향으로 코스피지수가 장중 1376까지 하락했다. 3시이전에 주문을 내면 당일 종가로 펀드를 매수할 수 있어 점심식사후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날 종가는 1448.06으로 8.30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전화를 걸 당시보다 60포인트 이상 낙폭이 줄어들었다. 예상치 못한 반등에 낙폭이 클 때 사서 오를 때 매도하는 ‘마켓 타이밍’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 적립식펀드는 단기보다 장기투자용

개인적인 재테크 사례를 다소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현시점에서 적립식펀드 투자 원칙을 다시금 되짚어보자는 취지에서다.

적립식펀드는 2005년 이후 간접투자 대중화의 일등공신이다. 매월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불입하기 때문에 '평균매입단가 하락효과'(Dollar cost average effect)도 크다. 특히 시황과 무관하게 약정된 날자에 투자하기 때문에 '마켓 타이밍'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섣부른 시장예측에 근거해서 주식(펀드)투자에 나서는 위험을 근본적으로 막아준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적립식펀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최근 증시급락에 대해서도 새롭게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 일부 시장전문가의 예측대로 코스피지수가 일시적으로 1000을 하향 돌파하더라도 두려워할 이유는 없어진다. 펀드매입단가를 낮추는 긍정적 효과가 있어 길게 보면 된다. 1000 붕괴를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국내증시가 늦어도 2009년 2분기부터는 상승추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실물경제가 2009년말에 회복되고 주가는 2분기 먼저 움직인다는 논리다.

이런 확신이 선다면 마켓타이밍보다는 적립식투자로 재산증식에 나서야 한다. 한국경제와 대표기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주식(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꼭지’와 ‘바닥’을 예측, 단기대응하는 것보다 성공확률이 훨씬 높다.



하지만 최근 주가 급락으로 적립식펀드 계좌가 감소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적립식펀드 계좌수가 6월말 1568만개에서 8월말 1542만개로 26만여개 감소했다. 유입금액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5월이후 매월 1조원이상의 자금이 신규로 들어왔으나 7월(9058억) 8월(3719억)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소득공제 등 장기투자자 이탈 방지책 시급

주가급락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적립식펀드의 본질을 십분 이해한다면 적어도 어린이펀드같은 장기펀드는 시황과 무관하게 장기투자를 권하고 싶다.



2년전 어린이펀드에 가입할 때 아들놈 학자금마련이 목표였다. 당시 유치원생이었기 때문에 12년을 내다보고 가입했다. 투자기간이 길다보니 당장 눈앞의 수익률 부진을 웃어 넘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요즘같은 롤러코스터 장세에 별다른 심적 고통없이 지낼 수 있는 것도 이같은 '마음가짐' 덕택이다. 물론 올해 증시 하락으로 손실률이 마이너스 20%를 넘는 어린이펀드를 보면서 마음이 무거운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번 조정을 인내하고 흔들림 없이 투자한다면 아들놈이 대학교에 들어가는 시점에서는 은행이자에다 마음졸인 대가(리스크 프리미엄)를 충분히 보상받을 거라고 믿는다.

이번주부터 발표되는 3분기 상장기업실적은 이같은 바람이 결코 헛된 망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포스코는 3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었다. 2분기 연속 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LG디스플레이도 급격한 단가하락에도 시장기대에 부응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투자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올 4분기와 내년도 전망은 어렵다고 하지만 이들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신뢰는 흔들림이 없다.



끝으로 정부당국에 부탁 한 가지. 정부당국은 장기펀드 투자자에게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을 시사하고 있는데 가급적 빨리 발표했으면 좋겠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높아져 적립식펀드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다. 이들의 증시이탈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가 시장안정과 장기투자에 대한 지원의지를 빨리 밝힐수록 동요하는 장기투자자들을 증시에 묶어 들 수 있다. 장기투자자들을 붙잡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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