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선택 강요하는 증시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10.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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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디플레 공포감 증시 반영… 공격적 금리인하 등 선제대응

◇80년전 대공황

1920년대는 큰 변화의 시기였다. 새로운 발명품들이 사람들의 삶을 바꿨다. 자동차와 비행기의 발명은 여행을 더 빠르고 쉽게 할 수 있게 했다. 전화나 라디오 같은 다른 발명품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간 소통을 가능케 했다. 수백만의 사람들은 새로운 '움직이는 그림'을 보기위해 갔다. 미국 대부분의 지역은 처음으로 전깃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920년대는 비즈니스의 붐이 일어난 시기였다. 미국인들은 더 많은 돈을 벌었다. 1929년까지 3가정 중 2가정이 차를 소유했다. 많은 사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많은 이익을 창출했다. 노동자들은 대기업의 주식을 샀다. 주식의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사람들은 빨리 부자가 되길 꿈꾸며 주식을 샀다.

하지만 주가는 갑자기 떨어졌다. 주식을 산 사람들은 공황에 빠져 그들의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1929년 10월 29일 화요일. 주식시장이 붕괴됐다. 주식을 가진 사람들은 740억 달러를 잃었다. 이날은 검은 화요일로 기억된다.



은행들은 문닫았다. 많은 사람들은 저축을 비롯한 자산을 순식간에 잃었다. 회사들은 문을 닫았다. 많은 사람들은 직장과 집을 잃었다. 고난의 시간이 시작됐다. 미국 경제는 공황으로 치달았다. 미국의 공황은 곧 세계 다른 나라들에게 까지 퍼졌다. 이것을 대공황이라고 부른다. 미국인 3명 가운데 1명은 실직했다.

이 시기에 많은 농부들은 그들의 농장을 팔기를 강요당했다. 농부들은 이주 노동자가 됐다. 그들은 가족과 함께 이쪽 저쪽으로 일거리를 찾아 다녔다.

1932년.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에게 대공황은 국제적 위기 상황이었다. 루즈벨트는 새로운 계획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새로운 계획은 '뉴딜정책'이라 불린다.


뉴딜정책은 정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하게 했다. 루즈벨트는 정책의 기본 방향을 새로운 일을 많이 만드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이 프로그램은 길과 공항, 학교 만들기를 포함했다. 많은 예술가들과 사진작가들도 이 정부 프로그램에 적극 동참했다.

의회는 정부가 은행을 통제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최저임금과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다. 농부들은 연방정부에 융자를 얻어서 다시 일어서는 데 도움을 받았다.



정부는 또한 사회보장 제도와 실업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두 프로그램 모두 오늘까지 존재한다. 많은 다른 법들이 국민과 사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루즈벨트는 또다른 대공황이 앞으로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간절히 원했다.-'THE GREAT DEPRESSION'(대공황)

윗글은 수능시험을 위한 고교생들의 영어학습 참고서에 제시된 예문을 나름 해석한 것이다.

윗 글을 현재의 상황에 견줘 재구성해봤다.



◇2008년 지금

19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는 큰 변화의 시기였다. 새로운 금융파생 상품이 사람들의 삶을 바꿨다. 모기지담보부채권이나 복잡한 파생상품의 발명은 집을 더 쉽게 살 수 있게 했다. 금리는 잇따라 내리면서 돈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20달러 이하를 유지했고 값싼 중국산 물건이 밀려들면서 물가 걱정도 없었다.

모기지채권 등 파생상품의 발명은 가진 돈이 없어도,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지역의 집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수백만의 사람들은 돈이 없어도 새로운 '저택'을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동안 주택구매는 꿈도 꿀 수 없었던 미국 대부분 사람들은 처음으로 집장만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1990년대 이후는 월가의 붐이 일어난 시기였다. 미국인들은 전세계에서 월가의 황금빛 신화를 보고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돈을 월가에 투자했다. 넘쳐나는 돈을 바탕으로 월가는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더 많은 돈을 벌었다. 빚을 자산으로 만들어 증권화시켜 돈처럼 내돌리는 '조화'에 세계 다른나라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거의 대부분 가정이 낮은 금리에 의존해 무리한 빚을 얻어 집을 샀다.

월가가 벌인 사업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많은 이익을 창출했다. 노동자들은 집뿐 아니라 집값 상승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고 기업의 주식을 샀다. 주식의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사람들은 빨리 부자가 되길 꿈꿨다.

하지만 집값이 갑자기 떨어졌다. 집을 산 사람들은 공황에 빠져 그들의 집을 내놓기 시작했다. 2008년 9월 16일 화요일. 빚을 자산으로 만들어 전세계로 내돌리는 조화를 부리던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이어 주식시장이 붕괴됐다. 전세계 시가총액이 하루에 10%씩 날아갔다.



은행들은 문닫았다. 많은 사람들은 저축을 비롯한 자산을 순식간에 잃었다.

◇과거의 반복에 대한 공포

일단 글로벌증시는 여기까지 진행된 상태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달러를 무제한 푼다는 등 글로벌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약발은 먹혔다. 금융위기가 진정기미를 보이면서 미국 다우지수는 11.1% 뛰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14%가 넘게 폭등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작성했다. 코스피도 지난 13일과 14일 10% 가까이 반등했다. 그러나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옮겨오면서 그동안 치솟았던 자산가격의 디플레이션 공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단순 경기침체(Recession)에 대한 걱정보다 대공황 이후 일본을 제외하고 발생하지 않았던 디플레이션(Deflation) 기대심리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자산가치 하락→소비감소→기업이익 악화'의 악순환이 반복되면 어떤 처방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론이 재차 대두된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디플레이션이 확산되면 회사들이 문을 닫고, 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집을 잃게 되는 고난의 시간이 찾아올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증시에 선반영되는 모습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80년전 '또다른 대공황이 앞으로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간절히 원했지만 이제는 '실제로 일어날 지 모른다'는 우려가 과거사례와 맞물려 또다시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향후 사태의 전개가 어떻게 바뀔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힘들다. 다만 디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단순히 긴축완화를 통해 실질금리를 마이너스로 유도해도 소비자들은 미래소득에 대한 감소가 예상될 경우 저축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증시는 침체에서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들어진다.

뿐만 아니라 고용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면 '신용경색'에 이은 '소비경색'이 미국 경제를 더욱 나락으로 내몰 우려도 있다.



일단 미국정부는 신용경색에서 디플레이션 공포로 퍼진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이달말 예정된 FOMC에서 또다시 공격적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형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은 미온적 대응을 펼칠 경우 90년대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FOMC에서 금리인하 카드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점진적 금리인하의 효과가 실물경제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추가하락이 반복되고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조치가 다시 확인된다면 또다시 증시는 반등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기는 쉽게 끝날 사안이 아니다. 이미 시장은 이같은 악재를 알고 있다. 미국정부도 디플레이션 공포로 번진 글로벌주식시장에 적극 대응할 공산도 크다.

그러나 공포가 공포를 재생산하듯 또다른 공포가 찾아올 때마다 국내증시도 너울처럼 출렁이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미래를 믿고 공포에만 질려 있을 것인지, 반전의 기회로 보고 적극적인 액션을 취할 것인지. 시장은 투자자에게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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