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리스크 관리 실패한 은행들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8.10.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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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신과 금융당국이 맞붙었다. 외신이 국내 시중은행의 예대율이 높다는 점을 문제 삼자 화가 난 정부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항의하는 모양새다. 외신은 국내은행 예대율이 136%라며 건전성을 문제삼았고 금융위원회는 9월말 현재 예대율은 103%로 문제될 게 없다며 맞서고 있다.

예대율은 예금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 예대율이 높을수록 은행이 가진 돈보다 대출이 많다는 뜻이다. 은행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도 사용되는데 80%대가 건전하다고 할 수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를 포함하느냐 마느냐다. CD를 포함하면 예대율은 100% 초반으로 내려가지만 포함하지 않으면 124%로 올라간다. 금융위가 내놓은 수치는 CD를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대율이 높든 낮든 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있다. 어쨌든 100% 넘는 예대율은 건전성을 자신할 수만은 없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예대율이 지나치게 빠르게 상승했다는 것도 문제다. 예대율이 가파르게 치솟은 것은 과거 은행들의 몸집불리기 경쟁이 크게 작용했다. 자산확보를 위해 대출을 늘리다보니 예대율이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 외신과 정부 중 누가 맞는지를 떠나 은행이 예대율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



최근 각 은행이 시행 중인 유동성 확보 '특명'도 어찌보면 예대율과 연결된다. 지나치게 대출에 의존하던 은행은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급격히 대출을 줄이고 있다. 갑자기 대출이 줄어들자 중소기업의 신용경색 우려도 나온다.

은행의 자금줄 중 하나인 은행채시장의 사정도 여의치 않다. 은행간 신용이 경색되면서 은행채 거래는 뜸하고 신규 발행도 쉽지 않다. 대신 애꿎은 정기예금 금리만 높아지고 있다. 6개월 미만 만기의 정기예금 잔액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년 만에 두자릿수가 됐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연일 시중은행들 변호에 전력을 쏟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소리 없는 메아리보다 은행들의 리스크관리가 현재로선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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