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달치 월급이 날아갈 지라도…"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08.10.1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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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국악애호가 김문성 언론중재위원회 대전사무소장

"두 세달치 월급이 날아갈 지라도…"


"빛나야 할 분들이 음지에 그냥 묻혀버리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국악 애호가인 김문성(36, 사진) 언론중재위원회 대전사무소장이 주로 1960년대 릴테이프에 녹음된 명창들의 음원을 모아 '가장 아름다운 전설'이라는 음반을 출시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이 음반에는 명창 김여란의 시조 녹음, 가야금 산조 명인 성금연의 '농부가', 묵계월 김옥심의 서도 잡가 '배따라기', 지관팔의 서도 소리극 '배뱅이굿' 등 모두 14곡이 담겼다.



김씨는 특히 "이번 음반 중에서 일제 강점기 최고의 여류명창으로 꼽히던 김초향의 판소리 '춘향가' 대목에 주목해달라"고 했다. 그는 "김초향은 사재를 털어 조선성악연구회를 만들어 판소리 역사에 족적을 남겼으나, 해방 직전 돌연 소리를 접고 대전으로 떠난 후 국악사에서 잊혀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음반에는 이밖에도 김동수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가곡 녹음이라는 여창반엽 '남하여', 1950-1960년대 국악계를 풍미했던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김옥심의 신민요 '봉이 김선달' 등이 실렸다.



김씨는 1996년 청계천을 지나다 골동품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김옥심의 정선아리랑를 듣고 푹 빠져, 국악 음원 수집하게 됐다. "빼어난 소리꾼에도 불구하고 김옥심씨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국악계에 이 분처럼 대접을 못 받고 묻혀버린 명인들이 많더군요. 누군가는 재조명하는 작업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희귀 음원은 보통 300만~400만원을 호가한다. 그렇다보니 김씨는 처음 음원을 구입했을 당시엔 두세달치 월급을 써버리기도 했다. "이제는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제법 있지만 처음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죠. 주머니 사정이 풍족하지 않았지만 제가 구입하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 유출될지 모르니 말이죠."

"앞으로 국악사적 의미가 있는 성악곡과 기악곡 음반을 한 장씩 더 발매할 생각"이라는 그는 "김종기류 가야금 산조 명인인 정금례의 산조, 김윤덕의 설장고 등을 우선 복원해 관련 연구에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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