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 앞둔' 인사이트펀드, 잔치는 없다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08.10.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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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1주년…-46% 수익률로 평균치도 못미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야심작으로 펀드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인사이트펀드가 탄생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정확히 이 달 말일 첫 돌을 맞는다. 하지만 성대한 '돌 잔치'를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성적표가 너무 초라한 탓이다.

설정 1년을 앞둔 인사이트펀드의 성적표를 학점으로 따지자면 과락에 가깝다. 시장의 기대치를 감안하면 그 이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안 좋았는데…"라는 변명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다. 국내외 주식펀드 평균수익률, 유형 평균수익률 등 평균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잔치는 없다?"

13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31일 설정된 인사이트펀드(클래스A+Ce+C)의 설정이후 수익률은 -46.46%(10일 기준)을 기록중이다. 보수와 수수료 등 투자비용을 감안하면 투자원금의 절반 가량이 허공에 날라 간 셈이다. 1억원을 인사이트펀드에 투자한 고객이라면 1년여만에 투자원금의 5000만원 가량을 손해 본 것이다.
'첫돌 앞둔' 인사이트펀드, 잔치는 없다


비교지표를 살펴보면 인사이트펀드의 실적이 얼마나 부진했는지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자산운용협회는 인사이트펀드를 주식혼합형펀드로 구분하고 있다. 국내 주식혼합형펀드의 연초대비 평균수익률은 -14.82%. 같은 기간 인사이트펀드의 수익률은 -43% 이하로 극히 부진했다.



해외에 집중 투자하는 인사이트펀드를 국내 주식혼합형펀드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투자전략이 비슷한 글로벌자산배분펀드들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답은 마찬가지다. 도이치글로벌올에셋펀드 등 5개 글로벌자산배분펀드의 연초대비 수익률은 -25%~-35%로 인사이트펀드 보단 양호했다.

인사이트펀드의 수익률 부진은 여타 주식펀드와 마찬가지로 '미국발 금융위기' 영향이 크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싹트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설정돼 그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인사이트펀드의 운용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글로벌자산배분펀드라고 하기에는 특정 지역과 특정업종의 투자비중 너무 높았다는 것이다.


실제 인사이트펀드는 6월말 현재 중국 투자비중이 60%가 넘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80%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서 인사이트펀드를 글로벌자산배분펀드가 아닌 ‘다이나믹 이머징펀드’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업종별로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소비재와 금융업종의 투자비중이 36%가 넘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중국 증시가 연초대비 50% 이상 떨어지면서 중국 투자비중이 높은 인사이트펀드의 실적도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 지쳐간다

펀드업계의 장인, 박현주 회장의 인사이트(직관 또는 통찰)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로서는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인사이트펀드의 실적만 놓고 보면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등 위기를 감지하고, 헤쳐나가는 통찰력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허탈감 만큼 고민도 크다.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란 미래에셋의 광고 문구대로 환매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일단 인사이트펀드의 설정액 추이를 보면 "보이는 것만 믿자"(환매)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듯 하다.

실제 인사이트펀드의 월별 설정액 추이를 살펴보면 6월말 4조8759억원을 정점으로 7월말 4조8264억원, 8월말 4조7993억원, 9월말 4조7450억원 등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첫돌 앞둔' 인사이트펀드, 잔치는 없다
지난해 출시된 인사이트펀드만 따로 놓고 보면 6월부터 최근까지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극히 부진한 수익률에 투자자들도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증시 상황을 감안하면 인사이트펀드가 단기간에 수익률을 만회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여전한데다 실물경제로까지 위험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매를 선택하는 투자자들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펀드 역사를 새로 쓴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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