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조 '왕따' 피하기 동분 서주

워싱턴=여한구 기자 2008.10.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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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는 공조 확대를, 일본에는 아시아 공조 참여 주문

어느 때보다도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된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 중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숨돌릴 새도 없는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13시간이 걸려 워싱턴 달라스 공항에 내린 강 장관은 도착 직후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를 시작으로, 한·일 재무장관 회의와 긴급 G-20 재무장관 회의, IMF 총재 면담 등 빡빡하게 움직였다.



이날 강 장관의 '동분서주'는 미국을 위시로 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공조 흐름 속에서 한국이 '외톨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는 선진국을 향해서는 G-7 국가만의 공조가 아닌 우리나라가 포함한 G-20 체제로의 공조 확대를 강하게 주문했고, 일본에는 아시아통화기금(AMF) 조기 구축에 적극 협조해줄 것으로 당부했다. 모두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세계경제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한 힘겨운 노력이다.



◇통화스왑 우리도 포함돼야=G-7 국가들은 이날 오전 부시 미 대통령 초청으로 열린 재무장관 회담에서 국제 금융위기 돌파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정책공조를 약속했다.

이 방안에는 각국 중앙은행간 유동성 지원을 강화하는 통화스왑과 은행간 대출의 정부보증 등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서 G-7에 포함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시장국은 사실상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개발도상국의 요구로 이날 오후 긴급 개최된 회의에서는 국제공조를 G-20 국가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달았다.


참석자에 따르면 G-7 국가로부터 '왕따' 당한 신흥시장국의 반응은 상당히 격앙됐다. 인도와 아르헨티나 등의 지원 속에 강만수 장관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강 장관은 선진국으로부터 촉발된 금융위기가 신흥시장국의 금융불안을 초래하고, 다시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역전이 현상(Reverse spill over)을 막기 위해서도 신흥시장국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위기가 장기화되고 실물경제까지 어려워지면 신흥국들은 미국 국채를 팔아야만 한다. 이렇게 되면 선진국도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두드러지게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20 회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예정에 없이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G-20으로 국제공조 확대와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의 문제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로 미국은 모든 조치를 다하겠으니 여러분은 이런 노력에 맞춰달라"고 주문했다.



◇역내 공조도 가속화는 '글쎄'=한·일 재무장관 회담의 소득은 예상대로 크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800억 달러 규모의 공동기금 설립 등 한·중·일 아시아 3국의 공조체계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재강조했지만 일본은 "아시아지역의 위기 전이를 차단하는데 노력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다만 진전된 논의를 위해 다음달 도쿄에서 3국 실무자 워크숍을 갖자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G-7 국가에 속해있는 일본으로서는 아시아 3국 협조체계 구축보다 서방 선진국과의 공조에 무게중심을 두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놓은 일본 금융기관들의 부실을 막는게 '발등의 불'인 일본은 당분간은 아시아보다 미국에 가깝게 서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여기에 세계에서 달러를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도 아시아 3국의 공동기금 설립 방안에 미적거리고 있다. 중국은 총회 기간 중 우리나라가 요구한 개별 회담도 완곡하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본과 중국의 태도를 볼때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아시아 3국 공조가 구체화되기까지는 앞으로도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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