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달러 사재기' 발언 왜 나왔나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10.0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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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달러 사재기 기업, 국민 생각 바꿔야"
- 청와대 "달러 사재기, 환율폭등의 한 원인으로 판단"
- 환율 이상급등 속 외환시장 투기세력 향해 직접 경고

이명박 대통령이 8일 "달러를 사재기하는 기업과 국민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외환투기 세력을 향해 경고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해 외환위기 이후 최고수준으로 급등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특정 기업을 지칭하는 것인지 발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오찬간담회에서 "달러가 자꾸 귀해지니까 달러를 갖고 있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달러를 사재기 하는 기업이 좀 있는 것 같고, 일부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어려울 때 개인이 욕심을 가져서는 안된다"며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 때문에 달러를 사재기하는 기업과 국민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7일 "위기 상황을 틈타 투기거래를 하는 세력들, 특히 대기업에 대해 현황을 파악하겠다"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국정감사 답변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외환시장의 투기세력, 특히 일부 대기업을 향해 직접 경고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조선업체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들이 추가상승을 기대하고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화를 환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수요는 폭증하는데 시장에 달러화가 나오지 않아 환율이 나흘 새 200원을 넘게 이상 폭등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일부 기업은 추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달러화를 사들이고 특히 달러화로 받은 수출대금을 본사가 아닌 해외지사로 돌려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달러화 환전시점을 조절하는 기업을 투기세력으로 불러야 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환율불안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기업의 달러 사재기가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라고 대통령께서 판단하고 있냐'는 질문에 "사재기가 환율급등의 상당부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원화의 급등세가 유난히 높은 것은 실제 경제 상황보다는 심리적 요인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며 "외환위기를 경험한 때문인지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데, 그런 불안 심리로 달러를 매집하는 게 누구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는 취지로 말씀 하신 것"이라고 대통령 발언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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