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공포 이기는 장사 없다?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8.10.0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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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1000·다우 9500 붕괴 "백약 무효"' 'IMF "전세계 경제 심각한 침체에 직면"', '개인투자자, 올해 100조이상 날렸다', '美 은행파산, 내년 본격화'

요즘 언론의 주요뉴스 헤드라인을 보면 금융시장이 무너지는 건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식시장이 기업의 실적과 경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움직인다지만 지금 투자자들에게는 '불안'만 있을 뿐입니다.



최근 증시를 뒤덮는 악재는 모두 밖에서 온 것들입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부실, 달러 유동성 부족, 마이너스 성장이 가시화된 유럽 경제.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이 하나로 연결된 상황에서 국내증시의 '동반 하락'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문제는 알 수 없는 공포가 애먼 투자자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7일 오전 자산운용협회가 주요 운용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한 것도 불안한 투심을 잠재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증시 하락으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자 지난 달 국내주식형펀드에선 972억원이 순유출됐습니다. 국내주식형펀드에서 환매 금액이 신규 설정 금액을 웃돈 건 지난 4월 이후 1년 5개월만에 처음입니다. 이미 지난 8월 말까지 두 달에 걸쳐 펀드 계좌수는 32만개가 줄었습니다. 급성장하던 국내 펀드 시장에서 월간 계좌수가 감소한다는 건 2006년 말 이후 찾아볼 수 없었던 일입니다. 펀드런 우려가 고개를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이날 사장단은 주식 매도를 자제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투신권은 지난 9월 24일부터 1조400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본의 아니게 급락장에서 눈총을 받았던 터였죠.

물론 운용사 수장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지만 이 모든 안에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 매도를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팔아야 하고 포트폴리오상 전략적으로 매도할 수도 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모 운용사 사장도 "통상적으로 나누는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획기적인 묘안을 내놓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 상황이 IMF 때처럼 위기도 아닌데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어 안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시장이 어려우면 정부 당국이나 금융업계 수장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건 다반사입니다. 실효성 없다는 질책과 함께 '립서비스'라는 비난을 듣기도 하지요.



이날 사장단 회의도 답답한 투자자들에게는 '립서비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또 다른 축인 투신권이 시장 안정을 위해 자구 노력을 기울인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조차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만큼 과도한 위기 의식이 공포감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때 지나친 공포감이 투자와 실물 경제를 위축시켜 실제 경제 위기 상황으로 몰아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동시에 공포를 이기고 투자 기회를 엿보던 이들이 엄청난 수익을 누리는 것도 보았습니다.

나날이 늘어나는 손실은 분명 참기 힘든 고통입니다. 그러나 과도한 불안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공포감에 휩싸여 펀드 손실을 확정짓는 게 능사가 아니라 인내와 냉정도 투자의 한 방법임을 되뇌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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