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마일리지 매년 1000억원씩 사라진다"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08.10.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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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소비자원 "지급률 34% 불과" vs 항공사 "부정확한 인식"

박모씨는 지난 1월 항공마일리지를 이용해 미국 뉴욕행 왕복 항공권을 예약하려고 모 항공사에 문의를 했다. 이 항공사는 예약을 원하는 날짜의 보너스 항공권이 모두 매진돼 좌석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씨는 돈을 내고 항공권을 구입할 경우 예매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항공사측에 불만을 제기했다. 결국 항공사는 다른 날짜에 보너스 항공권을 지급키로 하고 일을 매듭지었다.



이처럼 항공 마일리지를 두고 소비자와 항공사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2600만명에 이른다.

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항공사가 발행하는 항공마일리지 중 실제로 소비자에게 지급한 마일리지는 전체의 34.1%에 불과했다. OK캐쉬백 포인트 등 다른 유명 마일리지의 지급률이 95%를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는 게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더욱이 항공사의 마일리지 소멸시효 도입으로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마일리지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항공사는 소멸되는 항공마일리지로 매년 1000억원 정도의 수입을 얻게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소멸시효로 인해 소비자의 권리는 사라지고 항공사의 수입은 증대되는 셈이다.

실제로 항공사는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소비자에게 항공마일리지를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신용카드사 등 제휴사로부터 5648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68억원은 소비자의 청구에 대비해 적립하고, 1926억원은 소비자에게 지급한 것으로 추정됐다. 나머지 3354억여원은 항공마일리지와 관계없는 다른 용도로 항공사가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마일리지 관련 소비자 피해 사례는 △보너스항공권 예약불가(27.4%) △마일리지 적립누락(38.3%) △적립률의 일방적 변경(8.8%) △상속 및 양도 문제(3.6%) 등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항공사는 마일리지 판매대금을 제휴사로부터 선납 받고 있어 마일리지를 발행할수록 항공사는 수익은 커지지만 소비자의 마일리지 사용은 제약을 받기 때문에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공마일리지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소멸시효 기산점 개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등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항공사 관계자는 "소비자원의 자료는 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오해와 사실의 부정확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일리지 소진율은 62%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마일리지는 OK캐쉬백과 달리 적립액이 높을수록 가치가 상승해 미래 가치가 높고, 여행수요에 사용되기 때문에 단순 비교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사에서 항공사에 제공하는 마일리지 정산 대금은 카드사가 항공사와의 제휴 마케팅으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제휴 계약에 의해 항공사에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수입"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휴사는 항공사가 마일리지를 회원에게 제공하는 것만으로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일리지 정산 대금은 마일리지 제공에 대한 대가이며 마일리지 사용에 대한 대가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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