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뒤 울고있는 연예인..'가면성 우울증'

스타뉴스 전예진 기자 2008.10.0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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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뒤 울고있는 연예인..'가면성 우울증'


"결국 난 딴따라 삼류 연예인이라 누나 떠난 내일도 방송에선 웃겠죠"

가수 MC몽이 고 최진실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난 5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의 한 부분이다. MC몽은 바쁜 스케줄로 장례식장에 참석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쇼프로그램에서 웃음을 팔았다. 내 가슴 속에 한이 또 하나 생겼다"고도 했다.

이처럼 대중에게 얼굴을 비춰야하는 연예인들은 속내를 감춰야하는 경우가 많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절망감으로 울고 있는 것. 이런 현상을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라고 한다.



◇ 하회탈 웃음 뒤에 우울증… '가면성 우울증'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억울한 감정과 화를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생기는 병으로 우울증의 일종이다. 의학적 용어는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



대전선병원 신경정신과 김영돈 원장은 "겉으로는 전혀 우울한 느낌을 표현하지 않는데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눈이 침침해지는 증상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꾸 눕고만 싶고 변비가 생기고, 식욕과 성욕이 감퇴하는 등 다양한 신체적인 반응이 수반된다"고 말했다.

이 병에 걸리면 매사에 재미가 없고 의욕이 떨어진 상태가 지속되며, 후회 절망감 자책감에 시달린다. 심각한 것은 우울증을 숨기다보니 극단적으로 자살충동을 느낄 수 있다는 데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죽어 버릴까''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는 등 죽음에 집착하고, 평소와 다르게 갑자기 초연하고 조용해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가면성 우울증'에 의한 우울증 발병 여부를 의심해 봐야 한다.


김 원장은 "'가면성 우울증'이 알코올 중독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술을 전혀 마시지 않던 사람이 술을 자주 마시고, 심하게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경우가 빈번해지면 우울증이 아닌지 진단해보라"고 말했다.

최근 악성루머에 시달려 목숨을 끊은 고 최진실도 최근 마음고생이 심해 술에 의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당일 밤도 매니저와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 그의 한 측근은 "고 최진실이 술을 자주 마신 것은 아니지만, 한번 마시면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흘리며 신세를 한탄하곤 했다"고 말했다.

◇ '웃기는' 개그맨 80% 우울증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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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진실 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스마일 증후군'을 호소하는 연예인들이 많았다. 가수 유니의 자살로 떠들썩했던 지난 해 SBS '생방송 TV연예'는 "개그맨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0%(24명)의 개그맨이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우울증은 연예인의 직업병으로 인식될 정도다.

그 양상도 다양하다. 먼저 완벽한 연기 몰입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우울증이 오는 경우가 있다. 탤런트 김래원은 영화 '해바라기' 촬영 후 "극중 어두운 역할로 살다보니 실제 상황에서 웃는 것이 스스로 용납되지 않는다. 좋은 기분을 되찾으려 애쓰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우울증으로 목숨을 끊은 영화배우 고 이은주도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정신적 괴로움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부담감과 무대 중독증도 우울증의 원인이다. 고 최진실은 악성루머와 리플에 시달리기 전에도 연예인으로서 정신적 압박감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과거 한 프로그램에서 출연해 "청춘스타 시절 늘 주위의 부러운 시선을 받았기 때문에 인기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심한 정신적 불안감에 시달린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충격적인 사건이나 큰 상실감이 우울증으로 커지는 경우도 있다. 탤런트 박원숙은 2003년 외아들을 잃고 '가면성 우울증'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우울증으로 대본이 외워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건망증에 걸리기도 했다. 또 폭식으로 체중이 65.4kg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 왜 유독 연예인들의 자살이 빈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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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유독 연예인들 중에 '가면성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례가 빈번할까.

김 원장은 "연예인의 특성상 다른 직업의 사람들과 다른 정신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굉장히 예민하고 나르시스트(자기도취형 사람)적 성향이 있기 때문에 연예인들에게 악플과 비방은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그는 "정치인의 경우 아무리 욕을 먹어도 자살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연예인의 경우 자신의 명예에 조그마한 흠집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대중의 관심을 받게된 스타들의 경우 마음고생과 상처는 더욱 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업적 특성 외에도 유전적인 병력도 무시할 수 없다. 김 원장은 "대게 우울증 환자의 경우 대게 가족 중에 우울증을 앓은 병력이 있어 스트레스에 견디는 유전자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일반인들이 '가면성 우울증'에 대해 알도록 홍보를 하고,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며 "우울증하면 정신병자, 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체질적인 병을 인격적 모독으로 바꾸면 안된다"고 말했다.

또 "우울증도 불면증처럼 의사와 터놓고 상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상 증세를 보이면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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