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제네거 "70억불 내" 압박..구제안 쐐기?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0.04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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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실물 전이"압력 점증..설득·당근에 의원들 '개심'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미국 구제금융법안 통과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달 29일 미 정부가 제출한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을 부결시킨 미 하원이 3일(현지시간) 표결을 통해 수정안을 통과시킨 것은 금융위기가 월스트리트를 넘어 실물부문(메인스트리트)로 전이되고 있다는 압력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다른 주정부도 마찬가지" 압박



슈워제네거 "70억불 내" 압박..구제안 쐐기?


이같은 '압력'에는 슈워제네거 지사의 공개 편지도 포함돼 있다.
구제법안 찬반 토론과 표결을 위해 미 하원이 소집된 3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슈워제네거 지사가 헨리 폴슨 재무장관에게 보낸 e-메일 편지를 보도했다.
언론 보도 형식을 통했지만 사실상 슈워제네거 지사가 e-메일을 언론에 흘림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수신인은 폴슨 재무장관이었지만, 사실상 투표를 앞둔 하원의원에 대한 공개 경고장으로 볼수 있는 이 편지의 요지는 '구제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려면,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편지에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금융위기가 계속될 경우 수주일 내에 연방정부에 70억달러 규모의 긴급자금을 요청해야 할 지경"이라고 경고했다.
신용경색으로 인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일상적인 정부 업무 처리에 필요한 현금이 바닥나 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캘리포니아 뿐 아니라 많은 주 정부가 비슷한 현금고갈 상황에 처해있다"며 정부 대책이 없이는 주정부도 줄파산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윽박질렀다.

슈워제네거 주지사의 이같은 편지는 당장 7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S.O.S라기 보다는 압박용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톰 드레슬러 주 재무장관 대변인도 연방정부에 긴급자금을 요청하는 것은 "검토하고 있는 대안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 고용지표 악화, 감세안 등 '당근'도 작용


물론 슈워제네거 지사의 편지는 금융위기의 실물전이에 대한 점증하는 우려를 보여주는 사례중의 하나일뿐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9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예상치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제 지표들은 갈수록 심화되는 경기침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9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15만9000명 감소, 전문가 예상치 10만5000명을 밑들았다.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6.1%를했으나 이는 지난 5년래 가장 높은 수치이다.

신용경색으로 인해 돈줄이 막힌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고용은 더욱 악화되고,
이로 인해 소비위축이 심화되면서 주택가치 하락, 신용경색,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우려도 더욱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의원들이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9일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존 루이스 민주당 의원(조지아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때 치러야 할 비용이, 무엇인가를 했을때 따르는 비용보다 크다는 판단으로 결정을 번복했다"고 말했다.

이날 구제금융법안 찬성표가 263표로 1차보 58표나 늘어난 것은 이같은 압력에 많은 의원들이 마음을 돌린 것을 보여준다.
대선을 앞둔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 버락 오바마 후보의 설득작전도 주효했다.

여기에 구제법안에 포함된 각종 세금 혜택이 유권자들에게 '변심'을 변명할 근거를 마련해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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