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여, 그래도 자살은 안된다

스타뉴스 김관명 기자 2008.10.0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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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싸락눈이 몹시 내리던 2005년 2월22일이었다. 영화 '주홍글씨'로 영화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던 배우 이은주가 자택서 목을 매 숨진 것은.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다는 그녀의 자살은 연예계는 물론 팬들까지 패닉 상태에 빠트렸다.

이은주의 자살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일까, 아니면 '베르테르 효과'로 자살도 감염이 되는 것일까. 듀스 김성재, 가수 서지원 김광석 등 90년대 이후 잠잠하던 연예인들의 자살은 이은주의 죽음 이후 빈도를 더했다. 지난해 가수 유니와 탤런트 정다빈의 자살, 그리고 지금도 바로 어제일 같은 지난달 8일 탤런트 안재환의 자살.



하지만 아무도, 그리고 조금도 예상을 못했다. 20여년을 대중과 함께 한 '국민요정' 최진실마저 스스로 생을 끊을 줄은, 아무리 고 안재환과 관련해 '사채설'에 시달렸다 해도, 아무리 이혼 후 자녀 양육 문제로 우울증에 걸렸다 해도, "남편은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던 최진실이 이렇게 허망하게 저 세상으로 갈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녀는 누가 뭐래도 대중문화의 영원한 아이콘이었으며, 특히 지금의 30~40대 대한민국 남성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영원한 '로망'이었다.

최진실의 죽음을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여덟살, 여섯살 두 아이의 '엄마'가 오죽했으면 자살을 택했을까. 그리고 이혼후 자녀 양육문제와 최근의 사채설, 온갖 악플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 강단있고 똑소리 나던 최진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그러나 이건 아니다. 아무리 '오죽해도', 아무리 '힘들어도', 기필코 살아내야 하는 게 사람이다. 그것도 수많은 대중이 바라보고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 연예인이라면, 더더욱 살아남아야 한다. 그게 그대들에게 사랑을 주고, 열광을 하고, 힘을 얻고, 마음속에 항상 담아둔 대중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다. TV와 스크린에 나온 연예스타를 자신과 동일시하기 쉬운 청소년들에 대한 '어른'으로서 최소한의 책무다.

돌이켜보라. '주홍글씨'(이은주)와 '옥탑방 고양이'(정다빈), '장밋빛 인생'(최진실)을 보면서 대중은 그 얼마나 힘을 얻고 즐거움을 나눴나. 이은주의 대담한 연기에, 정다빈의 청순하고 맑은 말투에, 최진실의 지칠 줄 모르는 삶의 의욕에 대중은 큰 박수를 보내지 않았었나. 더욱이 최진실은 불과 지난달만 해도 고 안재환의 빈소에서 누구보다 목놓아 운 주인공 아니었나.

절대 자살은 안된다. 가족처럼 언제나 볼 수 있던 연예스타가, 이렇게 허망하게 그것도 '자살'이라는 극단의 방법으로 저 세상에 갈 수는 없다. 이렇게 수많은 애도 기사와 충격만을 남긴 채 하루아침에 저 세상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제발,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살아남아 달라. 그대들의 힘듦에, 슬픔에 뭐 하나 도와주지 못한, 살아남은 자들의 비겁하지만 간절한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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