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새벽 서울에 도착한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이들에게 보장각서를 받아야만 구제금융을 해줄 수 있다고 버틴 것이다. 청와대와 경제팀은 후보들에게 각서를 받기 위해 읍소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11년 가까이 흐른 후 미국에서 아주 흡사한 장면이 연출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공화·민주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포함해 양당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구제금융법안(금융안정화법안) 지지를 간절히 호소한 것이다.
이날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에게 한쪽 무릎을 끊고 애원도 했으나 허사였다. 이후 양당이 어렵사리 절충해 제출된 법안은 첫 관문인 하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 워싱턴의 '반기'에 다우지수는 20년새 최대폭인 777포인트 급락하는 것으로 충격을 대변했다.
국내에서나 익숙한 것으로 알았던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미국도 비켜가기 힘들게 됐다. 정치인들이 당장의 이익에 연연해 리스크를 너무 회피했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확산돼 정치권의 반란이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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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와 의회는 수정안 제출을 서두르고 있으나 임기말 레임덕 현상, 의회 지도력 부재까지 고려하면 법안 통과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더구나 혈세 투입이 최대 쟁점이 됐던 만큼 자칫 이 대목의 수정이 이뤄지는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효과적인 법안이 만들어질지도 불투명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여러 측면에서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금융산업 선진화 등을 위한 법령이 대거 기다리고 있다. 민감한 이슈도 적잖지만 우리의 선량들은 미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