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우조선 인수전' 발빼나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기성훈 기자 2008.09.3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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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입찰 전 특정후보 선택 않을듯… 인수후보들 "빠져도 문제 없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의 최대 재무적 투자자로 꼽혔던 국민연금이 본입찰을 앞두고 인수전에 불참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스크(위험) 확대로 투자 메리트가 떨어졌고 경쟁 구도상 특정 후보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포스코 (375,000원 ▼500 -0.13%) GS (44,800원 ▲400 +0.90%)그룹 한화 (29,650원 ▲250 +0.85%)그룹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 등 인수 후보들은 국민연금이 아니더라도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불확실성이 사라질 수 있는 만큼 홀가분한 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국민연금 "불참 검토..한곳 선택 어렵다"= 국민연금은 이날 대체투자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국민연금측은 대신 "인수전 불참도 선택 중 하나"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같은 수익률이라도 상대적인 투자 메리트가 떨어졌고, 투자를 협의 중인 포스코 (375,000원 ▼500 -0.13%) GS (44,800원 ▲400 +0.90%)그룹 한화 (29,650원 ▲250 +0.85%)그룹 등 3개 회사가 제시한 투자 조건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투자 메리트 문제 보다는 특정 기업을 선택하는데 더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 초미의 관심사가 돼 왔다. 선택된 후보는 1조원의 거금을 투자받을 수 있고, 자금 성격상 인수 명분에 도움이 되고, '정부의 의중'도 읽을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 메리트가 떨어졌다면 후보들과 재협상을 해서 조정을 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인수 후보들과의 협상과정에서 불거진 '고수익 요구' 논란도 선택을 제한적으로 만들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본입찰 전 특정 후보 선택 않을 듯= 국민연금측은 이날 발언이 인수전 불참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고 불참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어떤 경우든 '사실상 불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일정이 상당히 촉박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2주 후쯤 본입찰 접수가 마감되는 일정을 생각하면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의사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측 역시 인수에 참여하더라도 특정 후보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인수전에 불참하든지, 3개 후보 모두를 지정하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대한 빨리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인수 후보 기업 관계자는 "3개 후보를 모두 지정한다는 의미는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참여를 타진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며 "사실상 인수전 불참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자금조달 이상 없다..불확실성 해소"= 인수 후보들은 국민연금을 유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자금조달에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는 여유있게 자금조달 계획을 짜 왔다는 설명이고, GS그룹은 이미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의 확보해 세부 조율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화도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현대중공업은 애초부터 국민연금과 접촉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의 불참에 대해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반길 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컨소시엄 구성을 마무리 지어야하는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의 투자 결정 지연이 전체 구도를 확정짓는데 걸림돌이 돼 왔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후보기업들이 국민연금 유치에 나섰던 데는 유치를 해서 가져올 이득도 있지만 다른 후보기업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며 "국민연금이 어정쩡하게 인수전에 연결되기 보다는 빨리 의사결정을 해서 인수전에서 빠져주는 것이 인수전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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