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이해상충' 구설수

머니투데이 김민열 기자 2008.09.3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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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호생명 매각 동시에 맡아...금호생명 공동자문 산업은행도 부담

이 기사는 09월29일(17:0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 9월2일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막바지 준비를 하던 국민은행에 비상령이 떨어졌다.



지주회사 전환 주관사 업무를 맡고 있던 골드만삭스가 "신한지주를 매수하는 대신 국민은행을 매도하는 '페어 트레이딩' 전략을 구사하라"는 리포트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골드만삭스의 엄격한 차이니즈 월(Chinese Wall) 때문이었다. 지주회사 자문 사실을 모르는 리서치 파트에서 국민은행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하자, 정작 자문업무를 맡고 있는 파트로 불똥이 떨어졌다.



골드만삭스 리서치 부서는 보름 뒤에 국민은행의 투자의견을 '매도'(sell)에서 '중립'(neutral)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단단히 화가 난 국민은행은 주관사를 메릴린치로 교체해 버렸다.

올해 대표적인 메가 딜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DSME) 매각 자문에서도 골드만삭스는 중국 투자 건에 대한 이해상충으로 중도 하차 했다.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 가능성이 있을 경우 정보교류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인 '차이니즈 월'은 인수합병(M&A) 때마다 가장 민감한 이슈 가운데 하나다.


최근 태핑이 한창인 생보사 매각 역시 이해상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인공은 대한생명과 금호생명 매각 주관사를 동시에 맡고 있는 JP모건. 한화그룹이 보유한 대한생명 지분 9.9% 매각과 함께 금호생명 경영권 지분매각을 동시에 맡고 있어서다.



JP모건이 서로 다른 팀원들에게 일을 맡겨 '차이니즈 월'을 구축한다 해도 비슷한 시점에 매각이 이뤄질 수 밖에 없어 투자자의 중복은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법률적으로 큰 문제가 없더라도 '명성'에는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 매각 주관사였던 골드만삭스가 탈락된 것도 법률적인 문제였다기 보다는 관례에 따른 것이었다”며 “국민은행은 업계 관례를 과도하게 활용한 반면 한화나 금호는 이해상충 문제를 너무 가볍게 여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즉 국민은행은 업계 관례를 뛰어 넘어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한 반면 한화나 금호의 경우 투자자 중복에 대한 검증절차를 소홀히 여긴 셈이다.

특히 JP모건과 함께 금호생명 공동매각 주관사를 맡고 있는 산업은행(KDB) 역시 이해상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대우조선해양(DSME) 단독 매각을 처리중인 KDB가 DSME 후보 가운데 한곳인 한화의 매수 자문사(JP모건)와 함께 금호생명 매각을 위한 공동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 주관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부당이익을 취하지는 않겠지만 DSME 매각주관 업무를 맡기면서 보여준 산업은행의 신중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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