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호남당" 발언, 민주당에 정밀폭탄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09.2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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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배은망덕"…윤덕홍 "상식 아닌가"

盧 "호남당" 발언, 민주당에 정밀폭탄


"호남의 단결로는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민주당이 들끓고 있다. 잠잠하던 영·호남 패권 논쟁에 불이 붙은 것.

박지원 의원을 비롯, 민주당의 호남출신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즉각 반박했으나 25일 영남 출신 윤덕홍 최고위원이 박 의원 등을 겨냥, 역공을 펼쳤다.



◇'노통'의 일격=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밤, 자신이 제작을 주도한 웹사이트 '민주주의 2.0'에 필명 '노공이산'으로 글을 올렸다. "호남의 단결로는 영원히 집권당이나 다수당이 될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호남이 단결하면 영남의 단결을 해체할 수 없고 호남에서도 정당간 경쟁이 있어야 호남이 (정치적) 포위에서 풀려날 수 있다"며 "안방정치, 땅 짚고 헤엄치기를 바라는 호남의 선량들과 호남 표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수도권의 정치인들이 민주당을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희망은 제발 민주당이 선거구제 개혁에 전력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라며 "선거구 개혁은 지난날 김대중 대통령도 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글은 '노경무현'이란 네티즌의 글에 답변하는 형식이었다. '노경무현'은 "앙금을 씻고 새롭게 출발하는 민주당에 있어 대통령님이 과거 민주당 저격수라고 했던 유종필 전 대변인과 정식으로 화해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호남의 반격= 노 전 대통령의 글이 알려진 24일 박지원 민주당 의원(전남 목포)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전직 대통령에게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배은망덕한 말 아니냐"고 즉각 반격했다.


김충조 의원은 개인성명을 내고 "목불견첩(目不見睫)이란 말이 있다"며 "제 눈으로 자기 눈썹을 보지 못한다는 의미인데 노 전 대통령이 곰곰이 의미를 음미해볼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원외의 호남 인사들도 이에 가세, 노 전 대통령을 격렬히 비난했다.

◇영남의 역공= 친노 그룹은 방어막을 쳤다. 복수의 친노 인사들은 입을 모아 "충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다만 박지원 의원 등의 반발에 대해선 '확전'을 피하려는 듯 대응을 자제했다. 자칫 김 전 대통령(DJ)과 노 전 대통령간 대립으로 비쳐선 곤란하다는 우려에서다.

이 때 영남에서 지원사격을 시작했다. 대구 출신의 지명직 최고위원인 윤덕홍 최고위원은 25일 "노 전 대통령의 말은 상식 수준"이라며 "박지원 의원의 발언에 영남의 우리 당원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말했다.

윤 최고위원은 "이런 논란이 정당에 필요한 당내 투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처럼 영남이냐 호남이냐 또는 친 DJ냐 친노(盧)냐로 싸운다면 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노 전 대통령 말씀이 박지원 의원을 두고 한 말은 아닌 듯하다"며 "박 의원이 살아온 정치역정이 지역주의에 기대 온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盧 "호남당" 발언, 민주당에 정밀폭탄
이처럼 민주당내 논란이 끊이지 않자 당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이 일종의 '정밀폭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어느 곳을 자극하면 민주당이 '폭발'할 지 노 전 대통령이 훤히 꿰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지난 정부 10년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사진을 당사에 걸기로 했으나 이번 논란으로 당분간 '없던 일'이 될 가능성도 커졌다. 당 핵심인사는 25일 "사진 게제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감정상의 문제는 아닙니다'란 제목의 노 전 대통령 글은 25일 오후 6시 현재 4700여건의 조회수와 101건의 추천수를 기록, 다른 게시물에 비해 월등히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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