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무재칠시(無財七施)와 사회공헌

남궁훈 생명보험협회 회장 2008.09.24 23:24
글자크기
[CEO칼럼]무재칠시(無財七施)와 사회공헌


몇해 전부터 매일 아침 필자에게 '행복편지'라는 e메일을 보내주는 고마운 지인이 있다. 잠깐씩 짬을 내어 읽다보면 마음이 정갈해지는 글도 있고, 해학이 넘치는 내용이나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풍경사진들도 있다.

그런데 이 분이 보내준 내용 중에 석가모니의 일화에서 비롯된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글이 있었는데 기억에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다.



무재칠시는 불가(佛家)의 고사에서 유래된 말로 재물이 없더라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를 말한다. 어떤 이가 석가모니를 찾아가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음을 하소연하니, 석가모니는 그가 아무것도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사람이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베풀고 싶어도 베풀 수가 없다"고 다시 묻자 석가모니가 재물이 없어도 나누어 줄 수 있는 일곱 가지를 일러주었다.

그 일곱 가지를 보면 자비로운 얼굴로 대하기(和顔施), 공손하고 좋은 말로 대하기(言施),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기(心施), 호의를 담은 눈빛으로 대하기(眼施), 일로써 남을 도와주기(身施), 자리를 내어주기(座施), 나그네에게 잠자리를 마련해주기(房舍施)이다.



남을 돕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이며, 기쁘고 보람 있는 일이다. 실제로 사람은 무엇을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즐거움을 느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중요한 것은 많이 가져야만 베풀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먼저 베풀려는 마음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도 이러한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같아 무척 고무적이다. 태안 기름유출 사건에는 국가적 재난의 극복에 힘을 보태려는 자원봉사자가 줄을 이었고, 해비타트에서 집짓기를 돕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노인을 수발하는 자원봉사 활동은 익숙한 모습이 되었다. 태풍 허리케인으로 인한 미국 뉴올리언스 지역의 재난이나 중국 쓰촨성 지진 피해와 같은 국제적 재난에도 구호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최근 이익의 사회환원과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경련이 발간한 2006년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202개 주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총지출액은 1조8000억원에 달한다.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세계적 사회공헌 활동 캠페인인 '1%클럽'에서는 사회공헌 지출기준을 기업 경상이익의 1%로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193개 기업은 경상이익 대비 2.7%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생명보험업계도 오래전부터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장학사업이나 복지재단 기부, 불우환자들을 무료로 간병해주는 간병봉사단, 아동보육시설 운영을 비롯해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학술연구에도 지원을 해오고 있다.

더욱이 2007년 4월에는 생보업계가 힘을 합쳐 20년간 1조5000억원을 출연해 기금을 조성키로 했으며 올해 들어 첫 사업을 시작했다.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니고 시장에서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회공헌 활동은 유례를 찾기가 힘든 사례다.



현재는 저소득층을 지원하거나 최근 늘어나는 자살을 예방하는 사업, 희귀·난치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치료비 지원 등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일본 도쿄 지하철역에서 철로에 떨어진 승객을 구하다 안타깝게 사망한 이수현씨와 같은 사회적 의인에 대한 지원사업도 시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사람을 중시하는 인본주의가 일찌감치 싹튼 곳이며 향약, 두레, 계 등 서로 돕는 상부상조와 공존·공생의 전통이 발달한 곳이다. 사람과의 관계마저 돈으로 계산되는 갈수록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남을 돕는 문화가 확산된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의외로 많다. 가진 것 없이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무재칠시'의 가르침을 새삼 되새겨보게 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