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였던 삼성증권은 빠른 시일에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부동의 1위였던 대우증권이 대우그룹 해체 등으로 어려워지자 춘추전국시대 같은 경쟁양상이 펼쳐졌고 삼성증권은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당시 LG증권)과 더불어 '삼국시대'를 정립했다. 현대증권이 '바이코리아펀드'로 영욕을 겪었고 LG증권이 우리투자증권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삼성증권은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당시 구조본은 금융 부문의 확장은 신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이에 반대했고 결국 황 사장의 의지는 꺾이고 말았다. 금융 특히 증권 부문에서 지나치게 사업을 확장할 경우 리스크 역시 커지고, 자칫 실패할 경우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구조본은 판단했던 것이다. 삼성증권 내부에서는 지금도 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각 계열사의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었지만, 이에 따르는 리스크 등을 감안해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제 그룹의 전체 전략을 적극적인 해외진출로 삼고, 이를 독려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삼성증권의 해외진출 역시 이 같은 맥락 속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IB 부문의 경우 노력과 성과 여부에 따라 글로벌 상위권 진입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증권 부문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이었던 옛 평가와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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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이 나온 배경에는 삼성증권의 의욕적인 해외진출 추진이 놓여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8월 홍콩 현지법인에 대규모 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자본금이 고작 1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1억달러를 추가투자하기로 한 것. 주식중개 역할을 맡아왔던 홍콩법인을 명실상부한 IB로 육성하기로 했고, 첫 단추로 증자에 나섰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글로벌 IB 전략은 다른 증권사와 분명 차별화된다"며 "동남아의 주변국에서 합작 등으로 생색만 내는 IB 활동보다는 아시아 금융중심지인 홍콩에서 3~5년 동안 트랙레코드(실적)을 쌓은 뒤 진정한 글로벌 IB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글로벌 톱 10 위치의 IB로 성장한다는 장기 플랜도 세웠다.
기업계와 증권업계는 삼성이 최근 보이는 변화상에 주목하고 있다. 샌디스크 인수 추진(삼성전자), 중국 PCB업체 유니캡 인수(삼성전기) 등 글로벌 전략을 잇따라 가시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자급자족 시스템' 대신 '글로벌화를 통한 제3의 도약'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이날 삼성증권을 둘러싼 '설'과 '전망'은 바로 이 같은 삼성그룹 자체의 변화에 대한 시장 관심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해석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