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제네릭으로 시장 '빅뱅'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08.09.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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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으로 영업망 확대, 약가인하로 접근용이 원인

매출규모가 큰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된 이후 관련 의약품의 시장규모가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으로 오리지널의약품 시장을 잠식하는 한편 기존 대형병원이 아닌 병·의원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9일 제약업계 따르면 한국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 관련의약품의 월처방액이 제네릭 출시전인 지난 5월 94억원이었지만 제네릭 출시후인 지난 8월 133억원까지 급증했다. 지난 8월 리피토 오리지널의 매출은 74억원으로 줄었지만 제네릭 제품의 매출이 59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시장이 커졌다. 이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1000억원 수준이었던 리피토 관련 시장은 올해 16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네릭이 출시되면 오리지널을 포함한 전체 시장이 커지는 현상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노바스크와 플라빅스에도 나타난 바 있다. 화이자의 고혈압치료제 ‘노바스크’의 시장규모는 제네릭이 출시전인 2003년 1454억원 수준이었다. 2004년 노바스크 제네릭 출시 이후 관련 시장이 성장해 지난 2007년에는 2555억원으로 커졌다. 사노피아벤티스의 항혈전제 ‘플라빅스’는 2006년 12월 제네릭이 출시되기 전까지 분기 매출이 280억원 정도였지만, 지난 2분기 플라빅스 관련의약품 매출은 484억원에 달했다.

이는 국내 제약사들이 강력한 마케팅 능력을 바탕으로 제네릭 시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국적제약사는 마케팅 인력의 한계로 주로 대형병원을 상대로 마케팅을 진행한다. 반면 국내 제약사는 다국적제약사의 영업력이 미치지 못하는 중소병원과 의원에도 영업망이 짜져 있어 관련 시장이 커질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



오리지널약에 비해 제네릭의 가격이 싸 환자의 부담이 줄게돼 처방이 용이해지는 것도 제네릭시장 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김태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업력이 우수한 국내 제약사들이 시장규모가 큰 제품 위주로 제네릭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며 “제네릭이 오리지널의약품을 잠식하는 한편 전체 시장을 키워나가는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로운 약이 출시되면 제약회사들이 과잉경쟁을 벌이는 것도 관련시장이 커지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자정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법영업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약을 새로 공급하는 경우 제약사는 의사들에게 약품을 채택해 준 대가로 랜딩비를 지급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랜딩비는 약값의 10~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신규로 출시된 제네릭의 경우 제네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제약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랜딩비가 더 올라가게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리피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제약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제약사가 병의원에 매달 처방한 약값의 ‘30%+α’를 현금으로 제공한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라며 “이 경우 처방을 하지않아도 되는 약품을 처방하는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네릭 제품이 나오면 시장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불법리베이트를 때문에 약이 과다하게 처방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자료:동부증권,유비케어<br>
주)원외처방조제액 기준↑ 자료:동부증권,유비케어
주)원외처방조제액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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