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GM의 100주년 잔치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8.09.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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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주년인 16일 첫 공개된 전기하이브리드 차, '시보레 볼트'▲ 100주년인 16일 첫 공개된 전기하이브리드 차, '시보레 볼트'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16일(현지시간)로 창사 100주년을 맞았다.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는 하이브리드 전기차인 시보레 '볼트'와 일본차와 경쟁할 소형 크루져 등의 디자인이 처음으로 공개돼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려는 눈물 겨운 노력이 엿보였다.

하지만 내실은 초라하기 그지 없는 100주년이다. GM은 2분기 155억달러의 손실을 포함해 지난 1년 6개월 동안 575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320억달러 이상의 장기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86년만에 처음으로 배당금 지급을 중단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과 글로벌 경기가 침체로 진입해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주가도 작년 10월 43달러에서 최근에는 10달러 밑을 하회할 정도로 급락했다. 100주년을 맞은 16일에는 10.84달러로 마감했다.



100년 전인 1908년 9월16일 윌리엄 듀런드가 설립한 GM은 한 때 미국시장의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1962년에는 GM의 미 시장 점유율이 51%에 달하면서 독과점 문제로 회사가 분할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를 다 합쳐도 미 시장 점유율이 40%를 조금 넘는 정도로 일본차의 공세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최근 GM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B3'에서 'Caa1'으로 하향했고 스탠더드앤푸어스도(S&P) GM 신용등급을 'B-'로 한 단계 하향했다. 무디스의 'Caa1'등급은 최저 투자적격 등급인 'Baa3' 보다 7단계나 낮은 수준이며 파산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월가의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은 GM의 유동성 문제가 멀지 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분기 다시 36억달러의 현금을 날린 끝에 GM의 유동성 수준은 현금 210억달러, 미상환 부채 50억달러로 떨어졌다.

최근 추세대로라면 GM의 현금은 이르면 내년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역시 투자자들의 캐시플로(현금 투입)가 원활치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며 GM이 곧 중대한 유동성 불안에 휩싸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파산설까지 나오며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자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자동차 빅3는 500억달러 규모의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의회에 전방위 로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미 의회는 자동차 업계의 고연비 차량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50억달러의 융자를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신용위기로 자금 융통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부의 지원 규모를 배인 500억달러로 증액하는 방안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중추 산업인 자동차 업계의 요구를 정부가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최근 금융권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 능력도 낙관할 수만 없다.



뉴욕타임스(NYT)는 GM 경영진이 100주년을 맞아 축배를 들기 보다는 볼트가 출시되는 오는 2010년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GM이 볼트를 성공리에 데뷔시킬 경우 새로운 100년을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아시아 자동차 메이커들도 전기나 수소 하이브리드 차 개발에 전력하고 있고 볼트의 연구 및 생산 단가 등 비용 문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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