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샌디스크, 삼성 인수거부 서한

김병근 기자 2008.09.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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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래시메모리카드 업체인 샌디스크는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가 지난 8월9일 주당 26달러에 샌디스크 지분 전량(2억 2500만주)을 인수키로 한 제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힌 서한을 16일(미국 현지시간) 공개했다.

이 서한은 삼성전자가 이날 전격적으로 샌디스크 인수 의향서를 미국 내 언론에 공개한 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다음은 샌디스크가 공개한 인수거부 의사 서한이다.>

친애하는 이 부회장께.



지난 8월 9일 귀사(삼성전자)는 우리 회사(샌디스크)를 주당 현금 26달러에 인수하겠다는 내용의 인수 제안서를 제시했다.

외부의 재무 및 법률 전문가와 귀사의 제안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우리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이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귀사의 제안이 우리 회사의 장기적 전망을 고려할 때 턱없이 과소평가하고 있고 귀사가 샌디스크를 인수함으로써 얻게 되는 실질적인 시너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거래의 확실성을 정확하게 담보하지 못하기에 샌디스크는 물론 주주들이 용인하기 어려운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는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귀사의 인수 제안이 단순히 앞으로 있을 특허 교류 계약 협상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은 아닌지, 우리 회사 주주들의 이익을 합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절차에 응하지 않겠다는 증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5월 이후 여러 번 가진 미팅에서도 말했지만 삼성전자가 샌디스크에 지난 수개월간 보여준 관심은 익히 알고 있다. 또한 샌디스크 이사회는 회사 가치, 거래의 명확성, 절차 등의 문제만 적절히 수정된다면 합병에 열린 마음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저런 근거로 보건대 귀사의 제안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샌디스크 이사회의 목적은 물론 주주들의 최선의 이익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귀사는 귀사의 제안이 첫 만남을 가진 5월 22일의 주가보다 56%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고, 또한 당시 우리 회사 주가인 28.75달러를 넘어서는 현금 프리미엄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암시했다.

현재 샌디스크 주가는 5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며 당신 제안은 52주래 최고치 대비 55% 낮은 수준이다. 샌디스크의 주가는 현재 산업의 계절적 특수성, 귀사와의 해결되지 않은 특허 교류 계약 갱신 문제에서 오는 불확실성, 전반적인 주식시장 상황으로 심각하게 저평가돼 있는 상태이며 따라서 샌디스크의 실질적인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 사업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이다. 앞서 2002년과 2007년처럼 높은 성장세와 수익성을 기록하는 때가 있는 반면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공급과잉과 플래시 가격 하락으로 시장이 침체되는 시기로 점철돼 있다.

샌디스크 이사회는 주주들을 위한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현재 장기화하고 있는 시장 침체를 이겨내기 위해서 필요한 적정한 자본과 적절한 전략을 유지, 회사가 더욱 강해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또한 재무 건전성을 더욱 강화하기위해 절적한 조치들을 취해가고 있으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멀티미디어 핸드셋 저장장치, 플래시 솔리드스테이드드라이브(SSD), 신형 휴대용 소비재 같은 플래시메모리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출시로 산업과 회사의 성장세가 가속화하는 데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확신한다.

귀사는 귀사가 샌디스크를 인수함으로써 얻게 될 엄청난 다양한 시너지에 대해 설명했다. 당신이 지난 5월 22일 주가인 28.75달러를 웃도는 막대한 프리미엄을 지급할 용의가 있다는 뜻으로 우리가 받아들인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날 이후로 삼성이 샌디스크를 인수함으로써 실현할 수 있는 시너지가 실질적으로 변한 건은 하나도 없다. 향후 수십년간 수십억 달러의 특허 로열티를 피할 수 있고, 우리의 X3, X4(멀티레벨셀) 기술 노하우를 얻고, 뛰어난 제어장치 기술을 소유하고, 모든 선진화된 카드 포맷을 습득하고, 혁명적인 3D 기술을 습득하고, -향후 수십년간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가장 강력한 대안. 우리의 강력한 브랜드, 광대한 소매 유통망, 전 세계 플래시 카드시장에서의 선진 점유율, 기타 비용과 매출 시너지 등.

우리는 또한 삼성이 샌디스크에 지불하는 특허 로열티의 상승률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는 점도 짚어 넘어가고 싶다. 우리가 판단하건대 삼성이 샌디스크의 특허 사용권 없이는 삼성의 낸드플래시 사업 전망이 상당히 위태롭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역으로 우리의 필수 특허 포트폴리오를 소유하게 되면 SSD나 낸드 칩셋 같은 신흥 성장 분야에서 특허 문제에서의 입지를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당신의 현 인수 제안이 IP문제와 특허 갱신 협상이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현재 우리 주가에 반영돼 있는 불확실성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아니기를 바란다.

샌디스크 주주들은 샌디스크가 삼성에 제공하게 될 가치에 대해 공정하게 보상받을 자격이 있지만 당신 제안은 이 같은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처음부터 우리는 공개된 거래가 종결되지 않을 경우, 삼성과의 거래를 계속해나가는 것이 우리 회사에 미칠 위험에 대해 우려를 표시해왔다. 우리는 삼성과 우리와의 그 어떤 거래도 미국과 유럽연합을 포함해 규제의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에 유의한다.

또한 삼성과의 거래에 관한 그 어떤 발표도 다양한 요인에 의해 우리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요점은 샌디스크가 거래가 종결되지 않을 경우 독립된 개체로서 지속될 수 있는 실용적인 방안뿐만 아니라 거래 종결의 확실한 가능성이 없는 한 당신의 제안은 우리 주주들에게 용인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떠안게 하는 것일 뿐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발표된 거래가 종결되지 않을 경우 2009년 9월부터 효력을 발휘할 대체 교류 특허 라이선스와 공급 협상을 협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우리는 또한 거래가 확실히 종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특정 조건을 보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의 반복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이 같은 합법적인 우려를 수정하는 데 실패했다.

귀사가 요청한 고도의 기밀정보 및 경쟁적으로 민감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우리가 제공하기 전에 당신이 가격과 더불어 거래의 확실성, 리스크 경감 등의 문제가 수정돼야만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우리는 이번 거래가 삼성에 엄청난 시너지를 제공한다는 점을 유의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이 같은 산업군에 속하고 샌디스크가 상장사인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기밀 정보에 접근하기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강조한 부분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파악할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어윈 페더맨 부회장이 이 같은 절차상의 문제와 우리 모두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로드맵을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전달하려는 노력 등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우리의 제안을 거절해왔고 대신 고도의 기밀 정보에 대한 접근권만을 요구해왔다.

샌디스크 이사회 전원은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책임에 충실할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에서 있었던 미팅에서도 페더만 부회장이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샌디스크 이사회는 삼성과의 거래에 열린 마음으로 대응할 것이다.

단 삼성이 샌디스크의 장기적인 실질 가치와 합병으로 인해 삼성에 귀속되는 막대한 시너지를 제대로 반영한 가격을 제시하고 샌디스크에 거래의 확실성을 담보하고 또한 이러한 모든 절차가 샌디스크 주주들의 이익을 적절히 보호하는 절차로 진행되는 경우에 한해서만이라는 단서를 붙인다.

삼성의 현 인수 제안서와 접근 방식을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 따라서 당신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다.

엘리 하라리 샌디스크 이사회 의장겸 CEO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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