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신 교수의 작품인 '처음처럼'을 '서각(書刻·글씨를 써서 나무에 새기는 것)'으로 제작해 관할 지구대 7곳과 파출소 1곳에 내걸 계획이었으나 내부 검토 과정에서 취소됐다.
이에 따라 영등포서는 추석 연휴 전인 지난 12일 중앙지구대에서 비공식적으로 1차 현판식을 가졌으며 서각 제작이 마무리되는 2∼3일 내로 관할 지구대와 파출소에 서각을 일괄 게시키로 하고 마무리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내부 검토 과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의 작품을 경찰관서에 게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중앙지구대에 내걸었던 서각도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서각 게시 방침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해당 경찰서는 관련 내용을 언론사에 알리는 등 홍보에 나섰다가 재차 보도 자제를 요청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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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 경찰서 관계자는 "서각을 이번 주 중에 지구대와 파출소에 일괄 게시할 예정이었으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돼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한 경찰 간부는 "경찰 조직이 시대적 변화에 너무 경직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처음처럼'은 지난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신 교수가 1995년 개인 서예전에 출품했던 작품이며 신 교수는 지난 1988년 특별 가석방된 이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등을 지내다 2006년 말 정년퇴임해 현재는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