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발악재로 '안도랠리' 물건너갔다"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8.09.1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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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주·고베타주 하락 불가피… "악재해소 과정" 긍정적 시각도

허필석 마이다스에셋 주식운용본부장은 한가위인 15일 TV에서 '리먼 브러더스 파산신청'이란 뉴스를 보고 "4분기중 한차례 기대했던 안도랠리는 물건너갔구나"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세계 4위의 IB(투자은행)인 리먼이 "도대체 얼마나 잠재 부실이 많기에 시가총액 3조원대의 헐값에 매물로 나와도 인수자가 없어 파산신청할까"라며 리먼발 금융위기로 국내증시의 추가조정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추석연휴 마지막날 허 본부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증시가 리먼의 파산신청과 메릴린치의 BOA 피인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며 "리먼의 파산으로 금융기관의 대규모 부실채권이 재차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국내증시도 당분간 후유증을 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본부장은 16일 국내증시가 개장되면 리먼에 7.2억달러를 투자한 국내 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이 당장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리먼 파산으로 실물경제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증폭되면서 고베타(변동성이 큰) 종목인 건설 IT 자동차 등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석연휴기간에 전해진 리먼의 파산과 메릴린치의 피인수 소식을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9월위기설'에서 겨우 벗어나온 국내증시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처럼 "이미 시장에 알려진 악재가 정상적인 수순을 밟아 해결되는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미국발 악재로 추석연휴 이전에 가졌던 시황관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인정했다. 임 팀장은 12일 기자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2000억달러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신용위기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며 "국내증시도 '9월위기설'을 극복한 만큼 올연말 1800대까지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시황관을 들려줬다. 특히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올 연말까지 금리를 한차례 인하할 경우 국내증시의 저점은 1600대로 올라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리먼의 파산신청 소식으로 임 팀장은 "국내증시의 반등 상한선이 한층 낮아지게 됐다"고 입장선회를 밝혔다. 오히려 국내증시의 지지선이 1350대로 한단계 낮아지는 등 리먼발 충격이 국내증시에 미칠 영향이 '매머드 급'임을 시인했다.


임 팀장은 특히 "이번 리먼의 파산신청은 AIG와 다른 대형 IB들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이들 금융악재의 돌출로 실물경제 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신영증권의 김 팀장은 "리먼은 베어스턴스와 다르다"며 "국내증시가 악재로만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는 국면에서 베어스턴스 인수가 결정된 반면 리먼은 시장이 금융부실에 해결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국내증시는 '9월위기설'도 극복하는 등 금융위기에 대한 내성을 키웠다"며 "리먼인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성엽 KB자산 주식운용본부장도 "새로운 악재의 출현이라기 보다는 미국정부와 시장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긍정적 시각을 피력했다. 송 본부장은 "금융주 중심으로 일시적인 시장충격은 있을 수 있겠지만 미국 금융시스템의 환부를 도려내는 대수술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뉴스"라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금융주들이 급락할 경우 저가매수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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