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이젠 바닥' vs '앞으로가 더문제'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09.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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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ML인수, 리먼 파산…월가 전문가 반응

월가 전문가들은 "언젠가 맞을 매"라는 반응이었다. 메릴린치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전격 인수되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한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

"금융주 위기가 바닥을 쳤다"며 안도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다음 차례가 누가 될 지'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컸다. 더이상 정부 도움에 의지할 수 없다는 것도 비관론을 키우는 이유다. 또 당분간 혼돈 속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회장.↑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회장.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회장은 14일(현지시간) "드디어 금융주가 바닥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모비우스 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리먼의 청산과 메릴린치 피인수는 글로벌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좋은 소식(Good news)"이라며 "이번 결정이 신속히 진행될 경우 금융시장 신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바닥을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월가 빅5 가운데 셋이 무너진 마당에 누가 다음 타깃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FRB) 의장은 이날 ABC에 출연해 "앞으로도 다른 대형 은행들이 망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린스펀은 "현재의 금융위기는 내가 보아온 것을 넘어선, 100년만에 한번 올 수 있는 사건"이라며 "위기가 해결되기 전까지 더 많은 대형 은행들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리먼의 뒤를 이을 대형 은행이 기다리고 있다고 예고한 것이다.

특히 정부 개입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은 "중앙은행과 정부가 위기를 겪는 모든 개별 은행을 다 보호할 수는 없다"며 "금융회사들은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위기에 빠지는 것을 스스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비관론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지금 미국 정부는 대형 은행들의 실패를 모두 구제할 만한 돈이 없다"며 그린스펀의 의견을 뒷받침했다. 지금의 금융시장 혼란을 해결할 만한 뚜렷한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결국 개별 은행들이 알아서 돈을 조달해야하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생존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시장참여자들도 리먼과 사업구조가 유사한 대형투자은행 뿐 아니라 주가가 최근 폭락한 AIG, 워싱턴뮤추얼 등도 하루빨리 자금을 조달해야고 입을 모았다.


루비니 교수는 투자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다음 타깃을 구체적으로 거명했다. 그는 "메릴린치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매각됐는데, 이 문제는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브로커와 딜러로 구성된 투자은행들의 근본 모델이 실패했다"고 밝혔다.
↑ 빌 그로스 핌코 CIO↑ 빌 그로스 핌코 CIO
단기적인 금융시장의 혼돈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채권 펀드를 운용하는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전세계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쓰나미'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문제는 파생 디폴트 스왑시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하게 많은 기관과 딜러 계좌가 위험에 처해 있다"며 "월요일 아침 거래에서 거대한 규모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야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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