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신뢰상실.. 리먼-메릴 투자가치는 '0'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08.09.1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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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과 메릴린치의 붕괴는 예견돼 있던 일이다. 두 회사는 이미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가치 '0'의 회사로 평가받으며 철저히 외면 받고 있었다. 그간 수많은 자구노력이 나왔지만 투자자들은 벌써 오래 전 부터 두 회사의 '붕괴'를 직감하고 있었던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8일 투자자들이 소매증권과 자산운용부문을 제외한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의 가치를 '0'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5일 현재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더욱 하락해 리먼과 메릴의 가치는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다. 정부로부터 막대한 금액이 금융권에 흘러들어갔음에도 그간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에 대해 주주가 평가하는 가치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간 리먼브러더스는 모기지 관련 상각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자회사인 누버거버만(Neuberger Berman)을 매각하려 애써왔다. 그러나 실제로 리먼이 누버거를 매각했을 경우, 리먼의 가치는 '0'과 다름없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산업은행이 인수에서 완전히 손 뗀 시점도 이 무렵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시가총액은 지난 8일 기준으로 112억달러다. 이는 누버거버만을 포함하는 자산운용부문 가치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자산운용사업부문의 가치는 8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이와 비교해 볼 때. 리먼브러더스의 주요 사업부문인 트레이드와 증권(채권)발행 등 가치는 30억달러 수준에 불과해 거의 가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메릴린치의 상태도 리먼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메릴린치의 소매 증권 부문 가치는 290억달러로 평가된다. 여기에 블랙록의 지분 49%인 120억달러를 합하면 410억달러로 메릴린치의 시가총액 422억달러 가운데 소매증권과 자산운용업을 제외한 가치는 12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주 가치가 급락한 것은 모기지 자산에 대한 상각 우려 때문이었다.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모간스탠리는는 지금까지 740억달러의 상각을 단행했다.

로저 리스터 DBRS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추가 상각이 주가 희석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요인이 장기 주식 가치를 까먹고 있다. 이들 3개 투자은행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는 정크(투기등급)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신뢰를 상실한 시장에서는 백약처방도 무효하다는 진리가 또한번 입증 된 셈이다.


사무엘 하이스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의 투자뱅킹 부문 교수는 "신용시장이 정상화로 돌아갈 경우 모기지 증권 등을 다루는 증권화 사업은 소규모 사업 부문이 될 것"이라며 "소매 트레이드 고객들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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