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읽는 사장님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08.09.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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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LIFE]CJ인터넷 정영종 대표가 말하는 '만화란?'

↑ "대학시절, 나는 걸어다니는 만화방이었다"고 말하는 정영종 CJ인터넷 대표의 만화사랑은 아직도 식지않았다.↑ "대학시절, 나는 걸어다니는 만화방이었다"고 말하는 정영종 CJ인터넷 대표의 만화사랑은 아직도 식지않았다.


'사장님 책상 위에 웬 만화책?'

사람은 추억을 곱씹으면 산다고 한다. 아련한 기억의 잔상이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누구나 추억을 곱씹으며 살아간다.

정영종(43) CJ인터넷 대표의 집무실 책상 위에는 정 대표의 '추억'이 놓여 있다. 어린 시절부터 늘 함께 해 온 벗 같은 존재다. 다름 아닌 만화책. 얼핏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그의 만화 사랑은 각별하다.



"어릴 적부터 만화를 좋아했습니다. 대학시절에는 학교 앞 만화가게 주인이 직접 찾아와 만화책을 돌려달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워낙 많이 빌려가 대여할 책이 모자랐던 거죠"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덩달아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돌아다니는 만화방'을 외면할 사람은 없었다. 정 대표의 학창 시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만화책이었다.



지금도 정 대표는 한 달에 20여권의 만화책을 구입한다. 바쁜 일상 중에 틈이 날 때마다 만화책을 들춰보며 휴식을 취한다. 업무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골프도 잘 치지 않는다. 주말에 커피숍에 들러 책을 읽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휴식이라고 여기는 그다.

↑ 정영종 CJ인터넷 대표가 사내 카페에 만든 만화방. 신작부터 고전까지 300여권의 만화책이 빼곡히 꽂혀있다. ↑ 정영종 CJ인터넷 대표가 사내 카페에 만든 만화방. 신작부터 고전까지 300여권의 만화책이 빼곡히 꽂혀있다.
그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사내에 만화방을 만들었다. 직원들이 자주 찾는 사내 카페테리아에 300여권의 만화책을 비치한 것. 은은한 커피향이 감도는 카페의 한 곳에 자리잡은 만화방에는 신작에서부터 고전까지 만화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헌 책들은 주기적으로 새 책으로 바뀌어 직원들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고 있다. 앞으로 만화방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정 대표는 귀띔했다.

"카페 내에 위치한 만화방은 제 아이디어입니다. 직원들의 호응도 좋습니다. 그래도 제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일 것입니다."


만화방을 자주 찾다보니 직원들과 마주칠 기회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직원들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고, 그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게 됐다. 만화방이 그가 강조하는 '소통'의 수단이 되는 셈이다.

소통의 의미는 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정 대표는 부서별로 돌아가며 정기적으로 회식을 한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장님'과 직원들의 만남은 어색할 수밖에 없는 노릇.



"저녁 자리에서 직원들이 서먹서먹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만화 이야기를 하면 금세 이야기가 통합니다.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친밀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평균 연령이 30세에 불과한 젊은 직원들과 세대차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에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다.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만화 상식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에게도 낯익은 만화가 이현세, 허영만 등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입은 더욱 바빠졌다.

대학 시절 이현세씨에게 사인받은 이야기, 고행석씨와 우연히 술자리에서 마주쳤던 이야기가 이어졌다. 특히 고행석씨와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그의 눈빛에서는 애틋한 마음까지 느껴졌다.



정 대표는 대학 시절 고행석씨와 만나 맥주잔을 기울이며 만화에 관한 궁금한 점을 몇 시간에 걸쳐 물어봤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정 대표는 만화의 역사에서 만화의 뒷이야기까지 모든 궁금증을 풀었다.

또한 이현세씨의 화실은 마침 정 대표의 집과 같은 아파트에 위치하고 있었다. 정 대표가 만화 마니아를 넘어서 전문가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에 가까웠다.

이처럼 젊은 조직을 소통을 무기로 이끌다보니 회사의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일인칭슈팅게임(FPS) '서든어택'의 인기에 힘입어 CJ인터넷은 최근 국내 굴지의 게임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특히 2005년 정 대표의 취임 이후 CJ인터넷의 연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었다. 11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이라는 보너스도 얻었다.



더욱이 최근에는 퍼블리싱 위주로 게임 라인업에서 탈피해 자체 개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CJ인터넷의 자체 개발스튜디오인 CJIG에서 개발 중인 '프리우스 온라인'은 10월 공개서비스를 앞두고 현재 막바지 개발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CJ인터넷은 또한 하반기 국내 게임업체 인수합병(M&A)을 계획하고 있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만화로 치자면, CJ인터넷의 위치가 점차 '하이라이트'를 향해 치닫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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