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게임중독 자체해결, 실효성은?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08.09.11 16:26
글자크기

게임산업협회 '자율규약' 발표.. 넘어야 할 산도 많아

#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정모(37)씨는 게임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아이가 온라인게임에 빠져 살기 때문이다. 게임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온라인게임에 빠져 사는 아이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 그래서 늘 아이와 입씨름이 이어진다. 게다가 아이가 PC방에도 드나드는 것으로 확인돼 시름은 더욱 깊어진다.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이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모처럼 힘을 한데 모았다. 한국게임협회는 지난 9일 '건강한 게임문화진흥을 위한 자율규약'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자율규약에 따르면, 게임업체들은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게임 이용시간과 결제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현재 업체 자율로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방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곳은 넥슨과 엔씨소프트 정도인데, 협회 차원에서 자율규약을 마련해 시행키로 함으로써 앞으로 청소년들의 게임 과다이용은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권이형 엠게임 대표는 "게임쪽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게임업계기 때문에 업계가 자율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실효성이다. 게임산업협회는 이번 규약을 발표하며 "게임 이용 지도에 필요한 정보들을 학부모에게 충분히 제공하도록 의무화한다"고 설명했다.

규약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지만 여전히 허점도 존재한다. 아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부모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규 한국게임산업진흥원 정책기획본부장은 "실효성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가 되겠지만 이번 자율규약은 게임 중독에 대한 자구책을 찾는 하나의 계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이번 조치는 '임시 방편'이라는 비판도 없지않다. 한나라당이 이른바 셧다운제(심야 시간에 게임 이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 등을 추진하면서 규제 위주로 나올 것에 대비해 '선공'을 펼쳤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셧다운제가 논의됐을 때도 게임업계는 셧다운제를 반대하면서 업계가 자율적으로 자정노력을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업계는 구체적인 자정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부모들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당온라인이 건국대학교병원과 제휴해 실시하고 있는 '게임 과몰입 어린이 치료사업'이 좋은 예다. 예당온라인은 지난 6월부터 매달 1명씩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게임중독에 걸린 아이들을 치료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까지 치료를 요청한 가정은 한군데도 없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이 "게임 중독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자율 규약도 부모들이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