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는 항공사 CEO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08.09.18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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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꿈땀]김재건 진에어 대표

올해 초 설립된 대한항공의 저가항공사 진에어(www.jinair.com)에는 30년간 한 우물만 판 한 항공맨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대한항공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진에어로 자리를 옮긴 김재건(57ㆍ사진) 대표다.

고객 만족 경영으로 국내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저가항공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도, 항공업이 가진 공공기능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그를 강서구 등촌동 사옥에서 만났다.



청바지 입는 항공사 CEO


◇실용으로 승부수

진에어는 대한항공이 100% 투자한 저가 항공사다. 지난 7월 중순 김포-제주 노선에 첫 취항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총 5대의 제트기를 확보, 일본 중국 동남아 노선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조종사와 정비사 등 인력은 모두 대한항공 출신으로 구성됐다. 운임은 기존 항공사의 80% 수준이다.



김 대표는 "진에어의 '진'은 진실함의 진(眞)과 실용성이 돋보이는 진(Jean) 바지의 특징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며 "진실된 서비스를 실용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겠다는 각오를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고의 실력을 갖춘 조종사, 정비, 운항통제, 안전보완 이 네 가지 부분에 있어서는 절대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렴한 운임은 차별화된 시스템에 의해 가능했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콜센터를 두고 있지 않고, 대신에 100% 인터넷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임직원들도 일인 다역을 해내고 있다. 승무원은 탑승구에서 탑승권을 받는 역할도 한다. 공항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고객이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했다.

◇청바지 입는 CEO


승무원들의 유니폼도 파격적이다. "기존 항공사의 경우, 승무원 복장이 너무 포멀하다보니 승객들의 반응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빠르게, 편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캡모자에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게 했습니다. 발랄하고 실용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용과 발랄함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은 회사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사무실 한쪽 벽에는 그래피티(스프레이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또 일반 직원들은 청바지 등 캐쥬얼 복장을 하고 있었다. 김 대표도 예외가 아니다. 흰색 자켓에 블루진을 입은 그는 "그전에도 주말에는 진을 입곤 했지만, 대표 취임 후에는 3,4벌 더 사서 자주 입고 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개인여행을 선호하는 타깃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김 대표는 30년 경력의 항공맨이다. 1978년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에 입사한 그는 이후 카타르지점장, 서울여객지점 부장, 동남아 노선팀장, LCC(저가항공사) 태스크포스(T/F) 팀장 등을 거쳐 올 1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항공업에 30년 종사하면서 그가 얻은 철학이 궁금했다. "하나에서 열까지 철저하게 고객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상품개발, 항공기도입, 스케줄 조정 등 모든 것들 이 고객의 기호에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항공맨이라면 고객의 변화에서 맞춰서 자신을 변화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길잡이가 되면 안됩니다. 모든 고객들이 길잡이가 돼야 하죠."

◇"사회적으로 칭찬받는 회사로 키우고 싶어"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항공운송업의 공적 기능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항공사는 기업으로서 사적 이익 추구만큼이나 공익적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항공은 공공의 운송수단으로 사회적 공공 기능을 띌 수밖에 없습니다. 항공업의 숙명입니다. 또 한번 잘못하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극을 줄 수 있습니다."

그는 그래서 진에어 역시 사회적으로 칭찬받는 기업이 되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에 올해 말까지 총 8개의 저가항공사가 생깁니다. 업계를 대표하는 항공사가 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외국의 저비용 항공사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는 걸 막는 겁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유지하는 안전한 항공사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바쁜 직장일로 집안일에 신경을 못 써 가족들에게 늘 미안하다는 그에게 개인적인 꿈을 물었다. "평소 원예에 관심이 많습니다. 회사를 안정적으로 커지게 한 다음에 은퇴하게 되면 꽃을 키우며 꽃 속에 묻혀 살고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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