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상임위 '넘치는 것과 모자란 것'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08.09.1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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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짜 기자의 상임위 관전기]

▲9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각 상임위원회에 관련 부처의 공무원들이 나와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철희 기자▲9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각 상임위원회에 관련 부처의 공무원들이 나와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철희 기자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의정 활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상임위원회가 문을 열었다. 수습 딱지를 갓 뗀 기자는 처음으로 상임위를 참관하며 '넘치는 것'과 '모자란 것' 각 3가지를 발견했다.

#넘치는 것 세가지=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이날 회의에선 국무총리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의 업무보고와 현안 질의가 있었다. 홍재형 민주당 의원은 질의에 앞서 "(회의실 밖) 복도에 보면 거의 몇백명 수준의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고 있다"며 "여기 있는 분(부처 장관·기관장)들이 다 답변하는데 많은 인력이 와 있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상임위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국회 복도엔 관련 부처와 기관들의 직원들로 넘쳐난다. 홍 의원의 지적대로 각 부처와 기관에서 이처럼 많은 직원들이 나와 있으면 일은 제대로 돌아갈까, 의문이 들었다. 마치 '장수'가 움직일 때마다 따라 움직이는 '병졸'의 모습 같다.

이번 국회 상임위에 넘치는 것 중 첫째가 바로 공무원과 기관 직원들이다. 부처와 기관은 의원들의 돌출 질문에 관련 직원들이 함께 올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니 의원들의 사전질문제가 활성화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둘째는 선물이다. 추석을 앞두고 요즘 의원회관 앞에는 각 의원실로 추석선물을 배달하려는 택배차량들로 빽빽하다. 선물을 보내는 이는 주로 정부 산하기관들이나 이익단체들.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들이 관련 상임위 의원들에게 보내는 선물이라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의원들이 보내는 선물도 넘친다. 9일 오후 의원회관 앞에서 만난 한 택배회사 직원은 "국회에서 밖으로 보내는 선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구 관리 등을 위해 의원들도 선물을 챙겨야 할 사람들이 적지 않다.

넘치는 것 세번째는 '이론'이다. 상임위 활동 내용이 전문적인 부분이 적지 않아 이론이 필요할 때가 많지만 이론논쟁으로 상임위가 공회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례로 지난 3일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감세안을 두고 감세와 경기 활성화 사이의 관계에 대해 끝없는 이론 공방이 이어졌다. 경제학상 정답이 없는 문제라 이날 회의에서도 결론이나 대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한 여당의원은 "여든 야든 정부든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야지 이데올로기 논쟁만 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9일 오후 의원회관 앞에 주차된 한 택배회사 배달차량의 내부 모습. ⓒ조철희 기자▲9일 오후 의원회관 앞에 주차된 한 택배회사 배달차량의 내부 모습. ⓒ조철희 기자
#부족한 것 세가지=18대 국회 상임위에 가장 부족한 것은 국민들의 관심이다. 직장인 구본일씨(29)는 "국회가 민생을 살리는데 주력하겠다고 하는데 막상 언론을 통해 보면 '공방', '결렬', '미궁'이라는 얘기밖에 없다"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나조차 국회에는 도무지 관심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부진한 출석률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상임위 회의실 밖에는 공무원들이 넘쳐나지만 정작 회의실을 차지하고 있어야 할 의원들은 부족한 실정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질문만 하고 회의실을 빠져나가거나 여러 행사를 이유로 자리를 비우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상임위원장은 틈날 때마다 의원들을 향해 "자리를 지켜달라"거나 "○○의원 없습니까"라는 말을 거듭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국회 상임위에는 '저격수'가 없다. 여야 모두 각 상임위마다 전문성을 갖춘 의원들을 '저격수'로 배치했다고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호기 넘치는 초선의원들이 초반부터 거세게 나설 법도 하지만 상임위 분위기는 조용하다.

"이번 국회는 심심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다. 야권의 한 재선 의원은 "야당 소속 의원들이 17대 국회 때처럼 호기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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