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100분간 '공감과 소통' 주력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09.10 02:09
글자크기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200일을 맞아 9일 전국에 TV로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 있습니다'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1시간40분간 토론의 상당 부분이 경제로 메워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시종일관 미소를 지은 채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도 "한숨짓는 소리를 듣고 있고 국민의 심정을 잘 안다", "가슴이 아프다", "비정규직의 애환을 알고 있다"며 서민들이 겪는 민생고에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쇠고기 사태 이후 불거진 '국민과의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을 감안한 듯 "국민과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국정지지도, 경제위기설, 부동산 대책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화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관저에서 일찍 저녁식사를 마친 뒤 방송시간 35분 전인 오후 9시 25분경 KBS 신관 공개홀에 도착해 최근 취임한 이병순 KBS 사장과 함께 김성묵 부사장, 김종률 보도본부장, 강선규 정치부장 등의 영접을 받으며 웃으며 입장했다.



이 대통령은 진행을 맡은 정은아 아나운서의 소개에 이어 패널들의 박수를 받으며 스튜디오에 들어서 앞줄에 앉은 패널들에게 "악수 한번 합시다"라고 말한 뒤 뒷줄 패널들에게는 "끝나고 악수합시다"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방송이 시작되자 5일 앞으로 다가온 추석명절 인사로 취임 이후 첫 국민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특히 "오늘 밤, 국민 여러분과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는 모두 발언의 문구는 이날 오후 6시경 마지막 문구 수정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무리 발언에서 "저는 우리 국민을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도 다시 한 번 저를 믿고 힘을 모아 주십시오"라는 호소도 이 대통령이 초안을 수차례 가다듬어 작성했다는 후문이다.


공개홀에 나온 패널들은 물론 미리 준비된 네티즌과 전국 각지의 시민들로부터 나온 질문은 다소 불만에 찬 가시 돋힌 질문이 대다수였다.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선 장상옥씨(자영업)가 "임기 초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해 지지율이 10%대로 하락했다"고 지적한 데 이어 두 번째 질문자인 김윤미씨(여.회사원)는 "경제대통령이라는 국민의 믿음으로 선출됐는데 실상 국민에게 다가오는 경제 살리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 패널들도 "지난 6개월에 대한 자화자찬의 평가가 많지 않나 생각한다"(시사평론가 유창선씨), "쇠고기 파문은 여론을 읽는 부분에 소홀했기 때문"(이숙이 시사IN 뉴스팀장) 등 새 정부의 실책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체로 밝은 표정으로 국정 전반을 설명하며 때론 단호한 어조로 강한 의지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농촌분야 대책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농촌 문제이니까 일어서서 하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뒤 계속 일어선 채 대화를 이어가는 열정을 보였다.

패널들의 질문은 비교적 날카로웠으나 대체로 예상된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이 대통령도 때때로 애드리브를 구사했지만 큰 말 실수를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에 참여했다는 한 질문자가 '소통이 안될 경우 제 2의 촛불시위도 일어날 것'이라고 하자 "무섭다. 협박을 하는데…"라고 웃으며 답한 뒤 "참여만 했지 주동자는 아니죠?"라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선진국이 되겠다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준법, 법치고 앞으로도 법을 어기고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위에는 강력하게 법에 의해 처리할 것"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방송 중간과 말미에 영상메시지에서 "나도 이명박 대통령 찍었는데 경제가 살긴 뭐가 살아", "물가가 많이 내려서 부담없이 장을 볼 수 있길 바란다" 등 쓴소리와 격려성 부탁이 소개되자 "다 옳은 얘기 같다"며 공감을 표하다가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도 있다"며 일부 지적에 해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제가 이 손으로 평생 일을 많이 하면서 살아왔고 굳어진 손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저는 국민을 위해 일하고자 대통령이 되고자 했고 정말 임기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말로 100분간의 국민과의 소통을 마쳤다.

청와대에서는 이날 정정길 대통령실장, 맹형규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 박형준 홍보기획관, 김인종 경호처장, 이동우 홍보1비서관, 이성복 홍보2비서관, 박선규 언론2비서관, 김해수 정무비서관 등이 동행해 이 대통령을 측면 지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