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니-프레디 구제, "어떻게 왜?"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9.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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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악재, 장기적으론 불안 해소 기대

미국의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금융이 7일(현지시간)중 공식 발표된다.

구제책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국유화후 단계적인 자본 투입의 순을 밟을 전망이다. 정상화에 필요한 공적자금 규모는 150억~250억달러에 달해 미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된다.

정부 인수후 일정기간 관리 감독 및 경영진 교체 등 대대적인 수술도 전망된다. 또 두 업체가 발행한 5조30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은 '암묵적' 정부 보증에서 '명시적 보증'으로 전환돼 원금및 이자를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한국은행 및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의 두업체 관련 보유자산도 미 국채에 버금가는 안전성을 담보받을 전망이다.



◇ 구제안 내용은.. 정부 관리 불가피

미 정부의 관리 감독 기관으로는 연방주택금융지원국(FHFA)이 가장 유력하다. 정부 산하기관이 경영을 맡으면 두 업체가 발행한 선순위 채권은 명시적으로 정부 보증을 받는다. 두 업체의 현 경영진은 과도기가 끝나 준공기업화한후 퇴진하고 이사회도 새로 구성된다. 관리기간은 최소 1년이 될 것으로 미 언론들은 내다봤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 제임스 록하트 FHFA 국장 등 관련 고위 당국자들은 구제안 확정에 앞서 두 회사 관계자들과 수차례 회동을 갖고 관련 논의를 가졌다.

특히 폴슨 장관 등은 패니매의 최고경영자(CEO)인 다니엘 머드와 프레디맥의 CEO 리처드 사이론을 개별적으로 만나 두 회사를 연방정부의 관리 감독하에 두겠다며 이들에게 사직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정치, 경제권, 더이상 방관해선 안 돼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은 시장을 혼란에 빠트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정부 인수로 보유주식이 '휴지조각'될 지 모를 투자자들의 고심은 크다. 비록 정부가 '명시적 보증'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시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단 두 회사 주주들은 어느 정도 손실을 면하기 어렵다. 관련 자산을 보유한 금융회사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국민 세금 유용및 모럴헤저드 논란도 우려된다.

이 같은 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구제금융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더이상의 시장 불안을 좌시해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즉, 단기적으로 위협이 되더라도 장기적 안목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시장이 일시 요동은 치겠지만 이르게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을 내다본 당국자들의 결정이다.

모기지 대란 이후 포클로저(주택 담보 대출 연체에 따른 주택 압류 처분) 건수는 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 주택 시장의 바닥도 보이지 않는다. 6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15.9% 급락했다. 7년래 최대폭 하락이다.



주택 시장 위축이 불러온 신용 불안과 소비 감소는 나아가 경기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 시장의 반전 없이는 경기 회복도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도 상황의 급박함에 공감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존 매케인 등 미 양대 대선 주자들도 더 이상의 국민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금융이 실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후보는 각각 폴슨 장관을 만나 적극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니 프랭크 미 하원 금융위원장은 6일 성명을 통해 폴슨 장관의 구제안 설명에 두 회사가 미국 주택시장에서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밝히고 정부안에 대한 전폭 지원도 약속했다.



앞서 미 의회는 지난 7월 재무부가 두 회사에 대해 신용공여한도를 확대하고 필요할 경우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정부 관리에 들어갈 경우, 패니매는 민영화 40년만에 다시 정부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들 업체의 원래 설립 목적은 모기지 매입과 보증을 통한 주택 담보 대출 시장의 안정화. 하지만 지난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5000억달러가 넘는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이들은 시한폭탄과 같은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전락했다.



자체 발표에 따르면 6월 30일 현재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유동성 수준은 각각 470억달러와 371억달러. 이는 관련 감독 기관이 요구하는 수준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유동성 수준을 과장해왔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이마저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 추진 당시인 1938년 설립된 패니매는 베트남 전쟁 참전에 따른 연방 정부의 예산 부담 증가로 1968년 상장과 함께 민영화됐다. 프레디맥은 1970년 패니매와의 경쟁을 위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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