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증권사의 속보이는 금리인상론

머니투데이 백경훈 기자 2008.09.07 19:44
글자크기

국내 증권업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결정을 앞두고 외국계 증권사들이 잇따라 금리인상론을 제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속에서 환율안정과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금리를 더 올려줘야한다는 교과서적 주장인데 외국계 금융사 입장만 고려한 속보이는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전문가들은 경기부진, 높은 가계부채, 기업유동성문제 등이 겹쳐있는 지금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통화당국이 따르지 말 것을 주문했다.



9일, 10일 약 5조9000억원 가량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이는 2007년 이후 환율급락기에 이자율차로 환산했을때 2 ~ 3%포인트에 이르렀던 차익거래 이익을 향유하기 위해 유입된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다.

메릴린치는 지난 4일(현지시간) "한국 : 신뢰위기 피하기(Korea : Avoiding a Confidence Crisis)"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신뢰위기를 피하려면 서둘러 금리인상을 통해 긴축통화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신용위기가 외국은행들로 하여금 한국 채권에 투자된 자금을 회수토록 만들고 있는 만큼 자본유출을 막고 투자자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성장둔화를 감수하고서라도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메릴린치는 한국은행이 현재 5.25%인 기준금리를 9, 10, 11월 각각 0.25%포인트씩 올려 연내 금리를 6%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9월에는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있다는 파격적인 전망도 내놨다. 이에 따라 올해와 다음해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각각 당초 전망치인 4.5%, 4.2%에서 4.3%, 3.8%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메릴린치는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은행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지난 2005년에 발생한 인도네시아식 신용 위기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는 당시 인플레와 자본 유출에도 불구하고 통화 긴축을 하지 않으면서 루피화 가치 하락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골드만삭스도 9월~10월중으로 추가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급격한 원화 약세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고 또 외환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것이란 판단이다.


외국계 증권사와 외신의 잇단 금리인상 해법에 국내 증권사들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경기부진, 높은 가계부채, M&A로 성장한 기업에 대한 유동성 우려로 금리인상이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외환보유액으로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 자금인데다 규모도 크지 않은 금리관련 외국인 자금을 지키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7일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 대부분은 채권이 아닌 주식에 몰려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의 정책금리 인상은 경기침체를 불러오고 증시와 부동산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자금이 사실상 금리보다는 국내 경기 상황을 보고 들어왔기 때문에 금리인상으로 경기가 침체되면 주식투자자금들이 빠져나가 오히려 원화 약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재 부장은 이어 “금리 인상으로 한계 가계 부문의 붕괴와 지방 건설사 부도가 발생하게 되면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오히려 위기를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금리 인상으로 기업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기본적으로 국가간 환율이 펀더멘털 비교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때 원화를 더욱 약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유가 등 원자재값 하락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완화되면 자연스럽게 원화약세도 진정될 것인데 굳이 금리인상을 해 한계 기업의 부도 등이 발생하면 국내 금융 불안은 더 커지고 위기를 더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부장은 이어 “국내기업의 자금 사정을 감안할 때 인플레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오히려 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