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체 '대우조선 인수' 4사4색 대응법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최석환 기자 2008.09.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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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직접인수 나서-삼성重, 참여기회 놓쳐
STX, 컨소시엄 참여 힘들어져
성동조선해양, 아직 컨소시엄 참여 기회 엿봐

본격 레이스에 접어든 대우조선해양 (32,750원 ▲1,150 +3.64%) 인수전은 동종업계인 조선업체들에도 초미의 관심사다.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경쟁구도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응방식은 각 업체 처지에 따라 다양하다. 직접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도 있고 사정상 인수전 참여를 일찌감치 접은 곳도 있다. 컨소시엄 참여를 노크했지만 뜻을 못 이룬 곳이 있는가 하면, 아직 진행형인 업체도 있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대우조선 노조는 동종업계 참여 반대 기치를 높이 들었다. 동종업계가 인수할 경우 중복 사업 부분 정리 등을 통한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노조가 반대한다고 손만 놓고 있을 수 없는 것이 조선업체들의 처지다. 대우조선 인수전이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세계 3위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업계 위상이 급상승할 수 있고 직접 인수하지 않더라도 누가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경쟁 구도가 크게 바뀌게 된다. 선박 건조의 주요 자재가 되는 후판을 공급하는 포스코가 직접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관심도를 자극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곳은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 (198,300원 ▲7,300 +3.82%)이다. 대우조선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직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노조 반발 외에도 독과점 이슈 등 예상되는 장애물이 적지 않지만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수전 완주를 다짐했다. 현대중공업의 인수전 참여는 다양한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높지 않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다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예비실사 과정에서 경쟁사인 대우조선해양의 내용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인수 가격을 높임으로써 인수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논리다. 물량이 달리는 후판 공급으로 조선업체들의 '갑'이 되고 있는 '포스코 길들이기'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 2위 삼성중공업 (10,630원 ▲130 +1.24%)은 태안 사태 등에 발이 묶여 참여 기회를 사실상 놓쳤다. 인수의향서 접수 하루를 앞두고 현대중공업이 인수 의사를 전격 밝히면서 한때 참여 가능성이 주목받기도 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컨소시엄 참여 가능성도 거의 사라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참여했더라면 컨소시엄 형태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참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인수전 불참이 태안 사태 등 환경적인 측면보다는 반독점 심사 통과가 어렵다는 점 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STX (5,320원 ▲20 +0.38%)그룹은 독자 참여보다는 컨소시엄 형태의 참여를 적극 타진했지만 사실상 어려워졌다. 포스코, GS그룹, 한화그룹 등 주요 후보들이 적절한 컨소시엄 상대가 아니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동종업계에 대한 노조의 부정적인 반응 외에 M&A로 성장한 STX그룹의 성향상 경영주도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실제로 GS (44,800원 ▲400 +0.90%)그룹이 구성 중인 컨소시엄에 STX가 아닌 다른 조선업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발 조선업체인 성동조선해양도 아직까지 컨소시엄 참여 기회를 엿보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독자 참여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인수전 참여 의지가 강하다.

성동조선해양 관계자는 "컨소시엄 참여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수전은 후판 공급업체인 포스코까지 가세하면서 조선업계로서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어느 때보다 흥미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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