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야기]6과9 그리고 3

머니투데이 채원배 건설부동산부장 2008.09.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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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야기]6과9 그리고 3


'9년만에 6이 9로' '어느날 갑자기 3이라는 숫자가…'

우연의 일치일까. '369게임'을 하는 것도 아닌데, 9.1 부동산세제 개편안에는 6과9 그리고 3이 연속해서 나온다.

'6'이라는 숫자만 봐도 지긋지긋했던 사람들은 9의 등장에 박수를 친다. 다른 한편에선 '3'이라는 숫자가 등장하자 한숨을 짓는다.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은 '369'가 딴 나라 숫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에서 '6'이라는 숫자는 '부자'와 '규제'의 상징(?)이었다. 집값 6억원이 고가주택의 기준이자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대출 규제의 기준이었다.

부동산 관련 세법에 6억원이라는 숫자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9년9월. 당시 정부가 1가구1주택이라도 양도세를 물리는 고급 주택의 기준을 '전용면적 50평 이상, 실거래가 6억원 초과'로 정한 것이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05년8월. 6억원은 이념 논쟁의 숫자가 됐다. 참여정부가 강남 등 버블세븐의 집값을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6억원 초과'로 낮췄기 때문. 강남 등 종부세 대상자들은 세금 폭탄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상당수 서민들은 조세정의라고 환영했다.

6억원은 이어 2006년 3.30부동산 대책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이 됐다. 주택투기지역 내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을 사는 사람에게 DTI 규제를 적용해 대출받을 수 있는 액수를 대폭 낮춘 것이다.

이처럼 6억원이라는 숫자의 벽은 더욱 공고해졌고,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가진자' '집부자'로 비판받았다.


철옹성 같았던 '6억'의 벽이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무너졌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된 것. 6억 아파트가 이젠 고가주택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가 공식화한 셈이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주택상승률이 58.8%(아파트 90.1%)에 달한 점을 반영했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는 종부세 등 고가주택의 전반적 기준을 상향 조정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업계와 시장은 보고 있다.

규제의 상징이었던 '6'의 벽이 무너졌지만 건설업계의 반응은 좋지 않다. 수도권과 지방 분양 사업자들은 오히려 울상이다. 경기 용인과 화성 동탄, 수원, 인천 등에 투자한 사람들도 속이 타고 있다. '3'이라는 숫자의 새로운 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이 '3년보유 및 3년 거주(비수도권, 수도권 일부 2년 거주)'로 강화된 것이다.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세제개편이라고 강조했지만 업계와 지방 거주자들은 새로운 규제로 받아들였다.

'3'의 등장은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마저 바꿀 조짐이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인(IN) 서울'선호 현상이 더 심화되고, 이로 인해 서울과 신도시·위성도시간 차별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강남과 용산 등에 대한 쏠림 현상으로 이들 지역의 집값이 불안해 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세제개편안이 나오자마자 전문가들은 '똑똑한 집 한 채'를 강조했다. 투자가치가 좋은 집 한 채를 마련하거나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불합리한 조세체계 개선을 위해 이번에 양도세 과세제도를 합리화했다고 밝혔지만 '3'이라는 숫자 하나가 시장을 흔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부동산세제 개편은 게임이 아니다. 숫자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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