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은 실체없는 '유령'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9.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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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주가폭락·환율급등…"근거 없이 과장됐다" 중론

-이틀째 주가폭락. 환율급등
-검은 9월 우려 증폭
-근거 없이 과장된 측면 크다는게 공통된 의견

'9월 위기설'이 금융시장을 패닉(공황)으로 몰고 있다. 9월의 시작과 함께 주가는 4% 이상 폭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27원이나 폭등해 '블랙먼데이'를 연출했다.

2일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주가는 7.29포인트가 내려가 1400선이 무너질 위기고, 환율은 18원이나 올라 3년10개월만에 최고치인 1134원까지 치솟았다. 덩달아 채권값은 급락해 '트리플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블랙 셉템버(9월)'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우려가 팽배하다.



'괴담' 수준으로 치부했던 9월 위기설이 시장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면서 심리적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다시 위기를 키우는 형국이다. 성장·투자·소비·고용 등에서 한결같이 나빠지고 있는 경기는 '9월 위기설'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이제는 외국의 유력 경제지까지 한국발로 위기설을 비중있게 다루는 등 '9월 위기설'은 이미 '쓰나미'급으로 커져버렸다. 사상 최대의 경기부양용 감세안을 발표하고, 8월 물가가 다소 호전됐지만 '9월 위기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9월 위기설'은 9월 중 만기가 되는 외국인 보유 채권 규모가 6조원이나 된다는데서 시작됐다. 외국인이 이 채권을 모두 팔아 달러로 회수해가면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면서 금리가 치솟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한때 금융권을 떠돌다 잠잠해지는 듯 했던 '9월 위기설'은 9월이 다가오면서 다시 급부상했고 실제 9월이 되자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패닉' 상태로 몰고 있다.

하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위기설은 실체 없는 '유령'에 불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9월 중 만기 도래하는 채권은 한국은행의 5월말 조사 때는 84억 달러였지만 지난달에 이미 67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정부의 국고채 상환자금도 넉넉하다. 만기가 도래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모두 증발할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9월 위기설'의 또다른 근거로 작용하는 외환보유액 부족 우려도 크게 과장돼 있다. 국제금융기구(IMF) 기준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1400억 달러 수준이지만 8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432억 달러로 세계에서 6번째로 많다.

부실의 늪에 빠진 미국의 국채모기지 회사인 페니매와 프래디맥에 투자한 금액도 시중에 알려진 500억달러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채도 환헤지용 차입금을 제외하고 외은지점 소유분을 제외하면 위험성이 낮아진다.

아직까지 국제신용평기관에서도 위험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도리어 무디스는 "한국에 제2의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9월 위기설'을 증식시키고 있는 경기불안과 환율상승도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달러화 강세의 영향이 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과대포장돼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다소 느긋하게 대처했던 정부도 '9월 위기설'이 예상 밖으로 실물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자 이날 긴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섰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은 "외환시장에서 심리적 쏠림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외환당국의 대처능력에 의구심을 가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기자브리핑을 자청해 "외국인 채권이 일시에 빠져나간다는 비현실적인 얘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송재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전망이 좋지 않고 미국의 신용경색에 따른 자금 회수로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측면이 크다"며 "위기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정보가 더이상 왜곡되지 않도록 잡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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