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째 게걸음 美증시, 3가지 반등신호

유일한 기자, 안정준 기자 2008.08.2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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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달러+패니매 자금조달+주택경기 바닥론

미증시가 한달째 게걸음하고 있다. 미국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지수,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7월 중순 2차 신용경색 우려로 급락한 이후 강보합세를 지속하는 견고한 횡보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만 반등후 조정 양상이다.

다우지수는 5월말 1만3000선까지 올랐으나 두 달만에 1만800선까지 수직 낙하한 이후 현재 1만1500선이다.



기술적으로, 경험적으로 증시는 큰 변동성 이후 상당기간 횡보하면 다시 큰 변동성을 보인다. 문제는 방향이다. 작년 10월 이후 미증시는 횡보후 급락을 반복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추가 조정보다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의미있는 반전에 성공한 가운데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으며, 주택 경기 지표가 바닥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악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중함도 잃지 않고 있다.
↑큰 급락후 짧게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다우지수↑큰 급락후 짧게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다우지수


◇패니와 리먼, 최악이 지났나
월가의 최대 관심사는 국책 모기지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다. 미국 모기지시장의 50%(6조달러) 정도를 장악하고 있는 이들이 과연 유동성 위기를 충격없이 극복할 수 있을 지에 따라 이번 신용경색의 판세가 좌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패니와 프레디 주가는 구제금융 전망에 따라 주가가 90% 넘게 폭락했다.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주주들이 투매에 나선 탓이다.

그러나 이번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정부가 어려움에 빠진 두 업체를 구제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들 업체의 모기지증권을 사주는 것이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애써 증자까지 단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규모 채권 발행도 줄을 이었다. 패니매는 27일(현지시간) 주간 경매를 통해 20억달러의 채권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금리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지난주에는 프레디가 20억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투자자들은 회생을 확신하고 채권 매입에 나섰다. 이와 관련, 헨리 폴슨 미재무장관은 "공적 자금 투입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당장은 구제금융에 나설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스스로 버틸 여력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는 패니와 프레디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가 있지만 망하게 해서는 안된다며 대마불사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패니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대대적인 경영진 물갈이로 회생의 의지를 보였다.



◇월가 은행들 투자 남아있다
최악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리먼 브러더스가 한국 중국 등으로부터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가운데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전날 메릴린치의 지분을 14%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9.4%이지만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만큼 추가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마섹은 존 테인 메릴린치 최고경영자(CEO)에게 '커다란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부펀드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테마섹의 태도는 파문이 컸다. 아직도 월가 은행 매수를 대기하는 해외 자금이 존재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리먼 엮시 이번 위기를 결국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패니 프레디는 이날 모두 가파른 반등세로 화답했다.

◇경기지표 희망이 보인다..달러 주목
이번 신용위기의 발단은 주택 경기 침체다. 바닥론을 무시하고 번번히 침체를 지속한 주택지표가 이번주 다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미상무부는 26일 7월 신규 주택 판매가 51만5000채로 전월에 비해 2.4%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신뢰도 있는 주택 가격 지표인 S&P/케이스실러지수는 지난 2분기 전분기 대비 2.3% 하락에 그친 것으로 발표됐다. 1분기에는 6.8%나 하락했었다.



주택 가격 급락에 따라 '이정도 수준이면 매입 사정권에 든다'는 일부 투자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주택 가격이 더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신용경색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시간 싸움'이라는 인식이 나타날 수 있다.

긍정적인 경기지표는 꼬리를 물었다. 민간 조사기관인 컨퍼런스보드는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56.9를 기록, 7월의 51.9에서 크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예상치 53.0을 넘어섰다. 27일 미 상무부는 7월 내구재 주문이 1.3% 증가했다고 전했다. 내수는 얼어붙었지만 견조한 해외 수요를 바탕으로 제조업 경기가 숨을 쉬고 있음을 의미했다.

달러화는 유럽의 침체가 미국보다 더 심하다는 상황 변화와 고무적인 경기지표를 바탕으로 유로에 대해 저점대비 7% 넘게 반등했다. 이는 국제유가 반등의 충격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



GDP, 실적도 기대할만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좋게 볼만한 변수는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분기 전년 동기대비 29% 감소한 S&P500지수 기업들의 순이익이 3분기에는 4.3%, 4분기에는 62%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7% 증가한 것으로 수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밀러 타박의 토니 크레센지 애널리스트는 "시장분위기가 썩 좋은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투자자들은 동시에 더 악화될 여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로 여기서 낙관이 싹트고 있다"고 말했다.

단적으로 태풍 구스타프가 확장하면서 유가가 반등했지만 투자자들은 "다 알고 있다"고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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